2022년 11월 12일 토요일

세번째 구입, 물론 빈티지 와와 Moollon Vintage Wah

제목 그대로다.
물론 와와를 '또' 샀다.


근데 그냥 물론 와와를 산건 아니고 '구형' 와와로.


우연히 그냥 뮬 장터를 보다가 한 판매자분이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
구형 맞는지 확인 후 잽싸게 집어왔다.

제목에도 언급했지만, 물론 와와는 세 번째 구입했다. 쓰다 팔고 쓰다 팔았다 또 구입 ㅎㅎ

"나에게 물론 와와는
특유의 촉촉한 뉘앙스가 특별히 자극적이진 않지만
그 슴슴한 맛이 자꾸 생각나는 평양냉면 같은 느낌이다."

쓸땐 잘 모르고 있다가도 막상 팔면 아쉽고 자꾸 생각나는 그런 소리다.


첫 구입은 2007년~8년 즈음인 걸로 기억한다. 대부분 Dunlop GCB95 혹은 Vox 847, 848 을 사용했고 조금 투자한다 싶으면 Fulltone Clyde나 Budda Wah 같은 부티크 와와들을 썼다.
그때는 정말 1세대 부티크 페달들(Fulltone, Xotic 등)의 춘추전국시대 같은 때였고 그 페달들의 가격조차 상회하는 브랜드가 물론이었다.

그래서 신품은 엄두도 못내고 어찌어찌 중고를 구해서 잘 썼었다.
그때 당시 오리지널 클라이드 맥코이와 V846을 철저히 고증했다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고, 다 떠나서 대학생이었던 나에게 풀톤, 엑조틱, 물론 이 세 브랜드는 갖고싶지만 함부로 가질 수 없는 나의 로망 같은 브랜드였다.

구입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다 John Frusciante에게 빠져 물론 팔아먹고 산게 Ibanez WH-10 V2다. 현재는 V3가 나왔다.


꽤 오래 잘 쓰다가 이것도 팔고 다시 두번째 구입.
두번째는 신형 케이스, 트루 바이패스를 스플릿 바이패스로 변경해서 사용했다.
익히 알다시피 구형과 신형 케이스의 차이는 이렇다.

구형

신형, 뭔가 풀톤 클라이드 스럽다.

이것도 좀 쓰다가 팔아먹고 Xotic XW-1을 쓰다가 이건 도저히 아닌것 같아 팔아먹고 이전에 소개한 적도 있던 RMC Wizard Wah를 구입해서 Foxrox Wah Retrofit 을 달아 잘 쓰고 있었다.
레트로핏에 관해서도 할 이야기가 있는데, 일단 이건 다음 기회에.

그러다 몇개월 전에 뮬 보듯이 이베이를 보는데 마침 외관이 많이 중고틱한 빈티지 토마스오르간 크라이베이비가 저렴하게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냉큼 구입했다.

75년산 Thomas Organ Crybaby (TDK Inductor)

시리얼을 보고 75년산임을 확인했고 풋스위치 노후화 제외하고 작동 이상 없는것을 확인.
확실히 예전께 소리가 좋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소리 좋은것들은 거진 다 옛날 것들이다' 가 맞는것 같다.
인덕터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Halo, SOD, Fasel, TDK 등) 이것도 기본적으로 복스에서 시작된 제품이니 만큼 'Hendrixy' 한 뉘앙스를 고스란히 들려준다.
이것도 다음 기회에 자세히. 

토마스 오르간을 테스트 하던 중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
굳이 물론 와와를 신형 말고 구형을 찾아 헤매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페달 폭이 좁다'

단순히 '스윕이 좁다' 가 아니라 Toe Down, Hill Down 폭이 물리적으로 좁다. 구형 와와가 딱 이랬다.
맨처음 샀을때 잘 쓰다가 팔았던 이유 중 이것도 있었던 것 같다. 던롭이나 복스에 비해 물리적으로 페달 폭이 좁았고, 상대적으로 와와의 스윕도 좁았다. 당연한 이유였다. 페달 폭 자체가 좁았으니.

나는 출시 당시 물론 와와가 이부분 까지도 고증했다 생각한다.

생각보다 핸드릭스의 와와 스윕은 넓은 편이 아니었다. 앨범이나 라이브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퍼즈페이스랑 쓸때 와와 제대로 안먹는 그런거 이야기 하는게 아니다.

신제품 테스트 차 방문했던 필스타 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했었다. 같은 이유로 '굳이' 구형을 구해서 소유하고 있다고 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 좁은 폭이 또 익숙해지니 상당히 편하다. 되려 위자드가 넓어서 불편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신형 와와는 케이스가 바뀌면서 이 부분 변경되었다. 일반적인 던롭, 복스들과 같은 폭을 가지게 되었다.
개선이라 볼 수도 있고 빈티지 모조에서 한걸음 멀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때부터 구형 와와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솔직히 각진 신형보다 구형 케이스가 훨씬 멋있기도 하다.

좌측부터 RMC Wizard, Moollon Wah, 75's Thomas Organ Crybaby

어쩌다보니 이렇게 3개의 와와를 소유하게 되었다.

물론 와와를 받고 나서 테스트해보니
역시 내가 기억하던 바로 그 특유의 촉촉함.
오리지널 클라이드 맥코이나 V846 를 쳐본건 아니지만
왠지 비슷한 뉘앙스 일것 같은,
그저 그런것 같다가도 자꾸만 생각나던 바로 그 소리었다.

무엇보다, 토마스 오르간과 완전 동일한 좁은 폭까지. 대만족이다.

사실 대부분의 물론 페달들이 그렇다. 그저 그런거 같은데 은근히 생각난다.
딱 슴슴한 평양냉면 같다 물론 페달은.


물론 하면 또 알아주는게 내부 배선이 상당히 깔끔하다는 점. 그리고 인아웃 잭 납땜면에 고무소켓까지.
미대 출신의 영준 사장님이기에 가능한 만듦새 인것 같다.
사실 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왠지 더 좋을것 같은 인상이 물론페달에선 항상 느껴진다.

그리고 전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사실인데, 밑판 철제 커버가 여타 브랜드 와와들보다 꽤 두껍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는데 내구성 면에서도 장점이 있을테고 노이즈 차폐에 있어 두꺼운게 분명 유리할 것이다. 역시 물론.

자칭 부티크 페달 빌더라고 떠벌리는 되도않는 놈들 이거보고 정신좀 차렸으면 좋겠다.
사운드도 중요하지만 이정도의 마감이어야 부티크라고 할 수 있지 않겠니? 그 비싼 가격을 받는데?


오리지널을 철저히 고증한 기판과 와와의 핵심 부품에는 자체제작 Halo 인덕터, NOS는 아니지만 동일 사양의 고품질의 부품들로 좋게 만들어졌다.
그렇다. 다른 부티크 와와들 다 제치고 물론 와와 진짜 잘 만들어진 페달이다. 요즘 중고가 생각하면 더더욱.
그리고 다른 와와보다 가볍다. 위자드 초기버전이 던롭에서 케이스를 납품받아 썼던걸로 알고있는데 이렇게나 무거웠나 싶을 정도로 벽돌 수준임을 감안하면 큰 장점 중 하나로 생각하는 부분이다. 

전에도 언급했듯 명기라고 생각하는 물론 제품이 몇가지 있다. 트레몰로, 디스토션, 솔퍼즈와 더불어 와와도 포함이다.

사실 NOS 부품들로 만드는게 사운드 측면에선 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량 리미티드 개념으로 생산하는 업체가 아니라면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물론은 이 NOS 부품을 최대한 배제하고(몇몇 리미티드 페달 제외) 15년이 넘도록 특별한 퀄리티의 저하 없이 제품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이게 진짜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물론은 이걸 해내고 있다.

NOS와 최대한 비슷하지만 지속적으로 수급 가능한  부품들을 가지고 최대한 빈티지 오리지널에 가깝게 재현해 내는것. 대부분의 부티크 페달들이 이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솔직히 쉽지 않고 대부분 기대에 못미치는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물론은 최대한 근접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내가 물론을 신뢰하고 좋아하는 이유다.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까이는거 보면 진짜 안쓰러울 지경이다.

예전엔 비싸다고 까였는데 요즘같은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시대에 더 깡패같은 가격의 페달들도 넘쳐나는 세상이 되다보니 이제는 물론 페달이 신품가조차 저렴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아무튼, 이 물론 와와도 퍼즈페이스 서킷의 페달과 태생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기에 위자드 때와 동일하게 레트로핏을 구입해 달아줄 예정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레트로핏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항상 빈티지 와와는 퍼즈페이스에서만 이 난리다. 가지고 있는 톤벤더나 빅머프 계열에서는 와와가 잘 작동한다. 역시 소리는 끝내준다.

추가로, 필스타님이 추천해준 DandyJob의 ICAR Pot 도 구입해놓은 상태다. 좀더 빈티지한 스윕을 제공해 준다고 한다.



며칠간 이거 쳐보면서 '그래 역시 좋은 물건이었어'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레트로핏과 팟 교체 후 더 예뻐해줄 예정이다. 한동안 메인 와와로 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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