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3일 일요일

Fuzz Friendly Circuit 에 관하여 (Feat. Foxrox Wah Retrofit)

와와 페달과 퍼즈페이스(와 그 기반)
페달 간의 궁합은 안좋기로 악명높다.


와와 뒤에 퍼즈페이스(유독 퍼즈페이스 계열만)가 왔을때 멀쩡하던 와와가 제대로 먹지 않고 토다운 위치에서 '삐이' 하는 오실레이션이 발생한다.
퍼즈 프렌들리 서킷(Fuzz Friendly Circuit, 퍼즈 친화적 서킷) 이란 이런 와와와 퍼즈페이스의 미스매치를 해결해 주는 회로를 의미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퍼즈 프렌들리 서킷에 대해 그동안의 경험과 구글링을 통해 알아낸 정보를 기록하기 위한 포스팅이다.
역시 글이 길어질것 같으니 결론부터 간단히 정리하자면,

1. 와와 다음에 퍼즈로 들어가는 임피던스가 중요
2. 퍼즈 프렌들리 서킷은 단순히 버퍼 라기보단 버퍼 비스무리한 무언가라는 것
3. 아날로그맨 선페이스 같은 퍼즈 내부에 Input Gain Trimpot 부분이 이 문제를 개선하는데 상당히 유효함
4. 이 부분에 있어 체계적으로 정립한 제품은 역시 Foxrox Wah Retrofit
5. 레트로핏 짱!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 포스팅은 퍼즈 뒤에 와와를 연결하고
연주하는 플레이어에겐 해당사항이 없다.
예전에는 궁여지책으로 사용했지만,
해결법이 있는 이상 나는 이렇게 쓸일이 없다."

와와 다음에 퍼즈페이스가 왔을때 와와가 제대로 먹지 않는 이유는 임피던스와 관련이 있다.
알려져있다시피, 퍼즈페이스의 인풋 임피던스는 꽤 낮은 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높은 기타 픽업 임피던스가 퍼즈페이스 회로로 로드(Load) 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게 퍼즈페이스가 기타 클린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라고 한다.

문제는 와와의 아웃풋 임피던스가 기타와 동일하게 높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와와의 프리퀀시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뭔가 부스팅된 기타 볼륨처럼 작동하게 된다. 와와가 거의 먹지 않고 게인과 약간의 톤만 찔끔 변하는 듯한 뉘앙스가 나는건 이런 이유 때문.

전자 지식이 전무한 관계로 관련 내용은 여기까지 ㅎㅎ

알려진 확실한 방법은 와와랑 퍼즈 사이에 버퍼(임피던스 매칭용도)를 두면 된다. 아래 영상 참고


영상에 등장하는 버퍼는 달려있는 노브로 아웃풋 임피던스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게, 퍼즈 특성상 앞단에 버퍼(로우 임피던스)가 위치하게 되면 일종의 과입력(?) 이 걸린 격이 되어 얇고 가느다란 디스토션 사운드 같이 변하기 때문이다.
영상을 봐도 알겠지만 아무리 노브를 돌려도 본래 기타-퍼즈와 동일한 사운드는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좀더 발전된 개념이 Foxrox Wah Retrofit(FWR) 같은 온보드 버퍼 서킷이다. 와와 오프땐 바이패스, 켰을때만 회로 뒷단에 거쳐가는 일종의 온오프 가능한 버퍼 서킷이다.
우리는 보통 이것을 퍼즈 프렌들리 서킷이라 부른다.

적어도 단순히 이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근데 다른 내용이 더 있다. 좀더 명확하게 알고 싶었다.

단순히 버퍼가 답이 아니라는 생각은 의외로 Jam Pedal 의 Wahcko Wah 때문이다.
와코와를 구경하다가 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The Wahcko features a bufferless proprietary circuit design that allows for impedance sensitive pedals, like germanium fuzz boxes to be placed after the Wahcko with no issues!"
"Wahcko는 게르마늄 퍼즈 박스와 같은 임피던스에 민감한 페달을 문제 없이 Wahcko 뒤에 배치할 수 있는 버퍼 없는 독점 회로 설계를 특징으로 합니다!"

버퍼가 없다? 근데 뒷단에 퍼즈가 와도 문제가 없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실제로 유튜브 샘플들을 찾아봐도 문제 없이 작동하는것을 확인.
좀 더 퍼즈 프렌들리 서킷이라는 것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다.


와코와 PTP버전 내부. 확실히 무언가 버퍼에 들어갈것 같은 부품(추가 TR이나 IC칩 등)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일반적인 와와 대비 저항과 커패시터의 가짓수가 거의 두배 정도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버퍼를 달아 임피던스를 낮추는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는것 같다' 라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최초의 퍼즈 프렌들리 서킷은 핸드릭스의 장비를 담당했던 Roger Mayer와 더불어 미국의 West Coast와 Thomas Organ 의 엔지니어였던 Dave Weyer 다.
핸드릭스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것을 알고 본인이 직접 모디해주었다고 한다.

Dave Weyer

아래 영상은 Dave Weyer 본인이 직접 고안하고 모디했다는 핸드릭스가 라이브에서 사용한 와와 설명 영상이다.


꽤나 디테일하게 설명하는데 핸드릭스와 본인의 서명 등과 인터넷의 공개된 핸드릭스 와와와 일치한다는 내용 등등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와와가 몇년 전에 핸드릭스 와와로 경매로 등장했던 것과 동일 제품이다.
(진위 여부에 논란이 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서 언급하면 산으로 갈것 같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우리가 보아야 할 부분은 와와 회로 바로 뒷단에 한개의 저항과 뒷면에 붙어있는 세라믹 커패시터.
설명에 따르면, 뒷단에 커패시터는 와우 사운드를 좀더 어둡게 만들고 뒷단의 한개의 저항이 있음으로 인해 와우와의 반응이 좀 더 괜찮아진다고 한다.
스플릿 바이패스와 비슷한 뉘앙스일 것이다. 대신 바이패스가 아닌 회로 뒷단에 추가 저항이 걸린다는게 차이점.

이부분에서 한가지를 유추할 수 있다.
와와 아웃풋의 저항 = 퍼즈의 Input Gain Trimmer(장착된 제품들 한정) 라는 것.
대표적으로 아날로그맨 선페이스가 있다.


선페이스 서킷의 좌측 상단이 Input Gain을 조절하는 트림팟이다. 내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필스타 퍼즈스타(BC109 Fuzz Face)에도 동일한 트림팟이 있다.
혹은 Fulltone 69 MK2 와 같이 외부에 나와있는 것들도 있다. 기능은 동일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타 볼륨과 동일하게 작동한다. 보통 50K 용량이 달려있다(제품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내릴수록 기타 볼륨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좀더 클리어해지고 맑아진다. 최대가 기본 퍼즈페이스 세팅이다. (퍼즈의 볼륨 노브와는 다르다.)
아래 아날로그맨의 설명에서 해당 내용을 유추 가능하다.

"The CLEAN trimpot will also allow the sunface to work better after a vintage style wah pedal, without having to use a foxrox wah retrofit. It does not reduce the amount of fuzz that much, with humbuckers it can actually seem to have MORE fuzz by turning it a bit."
"CLEAN 트림팟을 사용하면 Foxrox 와우 개조를 사용하지 않고도 빈티지 스타일 와 페달을 사용한 후 선페이스가 더 잘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보풀의 양을 그렇게 많이 줄이지 않으며, 험버커를 사용하면 실제로 약간 돌리면 더 많은 보풀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딱 돌려보면 감이 온다. 완전 클린업까지는 아니고 기타 볼륨을 0.5에서 1정도 줄인 뉘앙스로 변한다. 부웅 하는 저음이 좀 빠지고 듣기 좋은 퍼즈드라이브 같은 그 뉘앙스.
중요한 부분은 와와와 퍼즈 사이에 볼륨팟(저항)이 위치해야 한다는 것. 기타에서 볼륨을 줄이는건 별 의미가 없다.
트림팟을 줄여서 와와와 퍼즈 사이에 위에 언급한 저항 하나가 추가된 셈이니 신기하게도 확실히 와와가 잘 먹는다.

근데 이것도 확실한 해결책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약간 퍼즈기가 빠지기 때문이다. 아마 위에 언급한 Dave Weyer의 모드도 동일한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이게 상관없는 사람들은 굳이 다른것까지 갈 필요 없이 이 선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처럼 퍼즈가 2개 이상이거나 할때 모든 퍼즈에 이런식으로 모디하기엔 애로사항이 꽃피는 경우나 퍼즈끼가 빠지는게 싫다 할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Foxrox Wah Retrofit 다.

레트로핏이 설치된 와와의 모습

현재 RMC Wizard Wah 에 장착해서 사용중이다. 솔직히 그 절륜한(?) 효과에 매번 감탄하며 사용하고 있다. 단순 버퍼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은 와와가 걸린 상태에서도 퍼즈 클린업이 잘 작동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평소엔 바이패스되어 거치지 않다가 켰을때만 회로 뒷단에서 임피던스를 낮추어 와와가 원활하게 동작하는 버퍼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러다 구글링을 통해 레트로핏을 개발한 Dave Fox(현 Foxrox 대표)가 남긴 댓글을 발견.
내용이 길어 번역본만 첨부.

"주요 해결책은 두 효과 사이에 저항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퍼즈 페달의 입력에 저항을 놓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와우를 사용하지 않을 때 강도가 낮아지고 퍼즈가 들리는 방식이 변경됩니다. 다음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저항을 와와 페달에 두는 것인데, 그렇게 하면 와와 레벨을 잃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버퍼로 부스트할 수 있습니다.

자, 그게 전부입니다. 버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출력의 빌드아웃 저항입니다(22K가 완벽한 값임). 버퍼가 하는 일은 레벨 손실을 보상하는 것뿐입니다. 빌드아웃 저항이 없는 버퍼를 사용하면 엉성하고 클리핑/스퍼터리 소리가 납니다. 보상을 위해 활성화된 부스트가 없는 빌드아웃 저항을 사용하면 와우에서 레벨이 떨어지고 톤이 빠집니다. Foxrox Wah Retrofit과 모든 사본은 기술적으로 버퍼가 아닙니다. 격리를 위한 빌드아웃 저항과 레벨 보상을 위한 부스터로 구성됩니다."

위에 쭉 언급한 내용들과 같은 내용들을 언급하고 있다.

Dave Fox의 말을 요약하자면,

1. 확실한 방법은 와와와 퍼즈 사이에 저항을 추가하는 것
2. 와와가 정상 작동하는 이상적인 저항 수치는 22K
3. 단순 저항 추가는 퍼즈 뉘앙스 변화와 와와의 시그널 로스 때문에 비추
4. 레트로핏은 단순 버퍼가 아닌 22K 저항+그로인해 발생한 시그널 로스를 보정하기 위한 부스트 서킷으로 구성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모든 의문은 풀렸다. Dave Fox는 이미 오래전부터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내가 늦게 발견했을뿐.

원시적인 방식의 퍼즈 프렌들리 서킷을 Dave Weyer가 제시했다면, 그걸 최종적으로 완성한게 Dave Fox라는 결론이 나온다. 역시 업계의 짬은 무시 못한다.

레트로핏 이후에 Area51이라거나 기타 알 수 없는 브랜드들에서 이런 퍼즈 프렌들리 서킷이 우후죽순 출시되었다. 맨처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대부분 버퍼 서킷과 크게 다를바 없는 것들이다.

부티크 와와의 명가 RMC에서 채택한 퍼즈 프랜들리 서킷도 레트로핏이다. 이정도면 검증은 끝났다고 본다.

만약 레트로핏이 아닌 퍼즈 내부의 인풋 트리머를 돌린다면 5시 최대 기준에서 1시나 2시 쯤에 위치하는게 뉘앙스 변화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와와도 잘 먹는다는걸 테스트를 통해 확인했다.
테스터가 있으면 확실하고 대충 감으로 22K 언저리에 맞추면 된다.

아마 위에 언급한 잼페달도 비슷한 방식으로 퍼즈 프렌들리 서킷을 구성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차이점이라면 별도의 증폭소자가 아닌 기존에 달려있는 트랜지스터 중 일부를 증폭소자로 사용해 이런식의 저항+부스트 회로를 구성했을 거라는 나름의 뇌피셜을 써본다.

Dave Weyer 에서 시작된 고민이 Dave Fox에 와서 정리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둘다 똑같이 이름이 Dave 라는 것도 무언가 특이점이다 ㅎㅎ

결론은 이 분야의 확실한 해결책은 레트로핏 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레트로핏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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