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7일 화요일

물론 페달들... Moollon Distortion, SLO201 Overdrive



(시작에 앞서, 본인의 악기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먼저 밝힌다.
굉장히 편파적인 부분도 있고 공감못할 부분도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분들께서는 분명 유용한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하며 글을 작성해본다.)

2006년, 그러니까 한창 기타로 대학을 가기위해 악착같이 연습하던 시절이다.
한창 이펙터에 관심을 갖게되던 때 물론이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었다.
국산은 PSK밖에 몰랐고, Boss와 Ibanez 페달을 연결해 연주하면서 내 실력이 일취월장한 듯한 느낌을 받으며(그와중에 Keeley DS-1은 정말이지 신세계였다.) 그때당시 학원 기타 선생님들의 페달보드에 있던 Fulltone, Xotic, ZVex 등등의 페달을 보며 '아 저건 내게는 그림의 떡같은 존재들이야...' 하며 (특히 풀드라이브, 슈퍼하드온은 그야말로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신세한탄을 하고 있던 때에 알게된 브랜드.

국산이라곤 도무지 믿기지 않을 퀄리티의 외관, 더불어 믿기지 않을 가격...
아 이것은 과연 무엇인가... 어떤 페달이길래... 페달 자체에서 풍기는 '아 뭐지 이 말도안되는 자신감은...'
솔직한 심정으로 하나의 작품을 보는것 같았다. 하몬드케이스를 연마해 만든듯한 그 특유의 은빛 광택나는 케이스는 '날 어서 질러줘!' 가 아닌 '어디 가질수 있으면 가져봐^^' 라는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당시 느낀 감정은 약간 뜬구름 잡는 느낌의 기분이었달까...

그로부터 2년 뒤, 대학에 진학하고 하나 둘 이것저것 페달들을 써보기 시작하면서 물론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하나하나 해소해보기로 마음먹었다.

Vintage Age&Buffer Age ?
물론 페달은 크게 저 두가지로 나뉜다. 빈티지 에이지는 트루바이패스, 버퍼 에이지는 당연히 버퍼가 들어간 이펙터이다. 물론은 자체 개발한 'GW109S' 라고 명명된 버퍼를 전 버퍼에이지 페달에 장착하고 있는 듯하다.


Moollon Distortion 물론 디스토션

최초로 구매한 물론의 이펙터였던거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도 쓰고있다.
대학에 진학했던 당시 물론 오버드라이브가 굉장히 각광을 받고 있던 때라 '풀업된 앰프 사운드를 재현해준다' 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발동해서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한창 TS9+SD9 두 페달의 조합이 거의 불변의 진리로 혹은, 실패하지 않는 조합이라는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때라 SD9 과는 뭔가 차별화된 페달을 찾고 있었던 찰나 이 페달이 눈에 띄게 된것이다.

Buffer Age 타입이며, Volume, Tone, Dist 세가지 콘트롤이 존재한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물론 홈페이지에도 설명이 되있지만 말 그대로 저 세 노브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디스트양이 증가하면 덩달아 트레블도 같이 증가하게 된다. 단 이 트레블은 톤노브를 최대로 올렸을때의 트레블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트레블이다. 톤노브를 최대로 놓고 디스트 노브를 돌려보면 트레블 양이 증감하는것을 느낄수가 있다.
사실 이런 방식 자체도 빈티지 방식인거 같다. 초기 톤벤더 MK2들은 각 노브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었다고 한다. 그뒤에 나온 MK3 부터 독립적으로 작동했다고 하니, 아이러니하게도 옛날에는 저 유기적인 형태의 작동이 깨나 골칫거리였던 모양이다. 물론 디스토션은 전자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당시에는 그저 앰프 클린사운드에 드라이브를 걸어 쓰는 방식밖에 몰랐기 때문에 좀 쓰다가 팔아버렸던거 같다. 진가를 알게된건 그로부터 4년뒤 김창완 밴드에 합류하고 나서부터다.

처음 사용했을때 느낀바로는 확실히 일제 디스토션 페달들과는 차별화된 사운드가 있었다. 특유의 미드스쿱된 사운드를 들려주는 일본제 페달들과 달리 이 페달은 미들이 살아있었고 질감 자체가 오밀조밀한 느낌보다는 굉장히 덩어리진 느낌이었다. 단지 그때는 이 사운드가 좋은듯 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애(결국 사운드에 대한 감각이 많이 부족했던 때였다고 생각한다.) 좀 쓰다가 지인에게 팔았었다.

위에 설명한 대로 훗날 김창완밴드에 합류하면서 창완 선생님께서 한번 써보면 어떻겠냐고 하며 이 페달을 건네 주셨다. 김창완밴드에 들어가기 2년전, 브레이크업 앰프+퍼즈의 맛을 봐버린 상태라 '야 그냥 드라이브 페달은 브레이크업 앰프에서 연결했을때 소리가 좋구나.' 라고 생각하던 때라 이 페달의 소리가 굉장히 궁금해졌다.
(실제로 모든 드라이브 페달들은 클린사운드보단 약간 크런치하게 찌그러진 앰프사운드에 연결했을때 그냥 더 소리가 좋다고 생각한다. 감쇄기, 혹은 2채널 앰프의 크런치쪽을 적극 활용해보자. 이 세팅에서의 드라이브 페달들의 Volume, 혹은 Level 노브들은 볼륨을 컨트롤 한다기보단 저역대의 리스폰스, 전체적인 바디감을 컨트롤 하게 된다.)

아 역시나... 이 페달은 이렇게 쓰는거였다... 밀려오는 감동...
브레이크업 앰프를 풀업 느낌의 사운드로 만들어준다. 조작폭이 넓은편은 아니지만 약간 묘하게 빈티지 레인지마스터를 연결한 앰프의 꽁기꽁기한 느낌도 있는듯 하면서 열려있는 그런 사운드이다. OPamp 서킷에서는 느낄수없는 그런 느낌의 사운드.(오피앰프 페달이 안좋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다.)
기분좋은 저역대와 충실한 미드레인지는 엄청 큰 바위가는 느낌의 바디감을 선사해준다(뭔 커피도 아니고 ㅎㅎ). 입자감은 역시나 오밀조밀한 느낌과는 정 반대의 입자감. 볼륨, 트레블을 맥시멈으로 그리고 디스트를 10~11시 방향에 놓으면 클린앰프에서도 그 브레이크업 된듯한 느낌의 사운드를 내줄수가 있다.
물론 브레이크업된 앰프에서 사용하면 마치 앰프 자체에서 풀업된 느낌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뭔가 마샬 Bluesbreaker나 이전의 JTM 느낌의 드라이브 페달이다. 확실한건 Plexi 느낌의 사운드보단 좀더 탱탱한 느낌의 사운드라는 것이다. 오히려 플렉시 성향은 SLO 시리즈 페달들이 더 이쪽에 근접해있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피킹 뉘앙스가 너무 좋다. 강약에도 충실하게 반응해주고 볼륨 반응도 참 좋다.
사실상 비슷한 사운드의 페달이 없는거 같다. 물론의 Symbol 페달 같은 느낌이다.

이 페달의 진가는 물론 메인드라이브로도 우수하지만 프리앰프 개념으로 사용했을때가 그 진가가 드러난다. 다시말해 물론 디스토션에서 약간의 엣지있는 브레이크업 사운드를 세팅해놓고 앞에 원하는 페달들을 연결하고 사용하는것이다. 진가는 이때 드러난다.
퍼즈와의 궁합이 정말 소름끼칠정도로 내 스타일이다. 물론 다른 오버드라이브나 디스토션 사운드도 아주 좋다. 일제 DS-2와의 궁합도 환상이었고 그냥 내가 현재 사용하는 페달들은 거의 이 세팅의 사운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식으로 대놓고 쓰라고 나온 페달이 Voodoo Lab의 Giggity이다. 궁금하신분들은 유튜브로 찾아서 들어보시길 바란다.

물론 버퍼의 사운드는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거 같다. 진짜 좋아하는사람 아니면 겁나게 싫어하는 사람으로... 확실히 물론 특유의 착색감이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약간 빈티지스러운 그 무언가의 사운드를 흉내낸 듯한 느낌이다. 누군가는 분명 억지스럽다라고 느낄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버퍼 사운드를 좋아한다.

이 페달은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세팅하다 보면 굉장히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페달임은 자명한거 같다. 사실 물론 페달들이 하나같이 그런거 같다. 무언가 좀 붙잡고 연구를 해봐야 하는 그런 스타일... 직관적인듯 하면서 그냥은 좋은 소리를 들려주지 않는 그런 새침한 여자친구의 느낌이랄까.


Moollon SLO 201 Super Lead Overdrive 슈퍼 리드 오버드라이브 201

디스토션과는 반대로 가장 최근에 구매한 페달이다.
이미 워낙에 물론 페달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출시되자마자 스톰박스에서 신품 구입해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

아무래도 비슷한 계열의 페달이다보니 물론 디스토션과 비교해서 리뷰를 써볼까 한다.

일단 Neo-Classic 시리즈인 만큼 트루 바이패스이다. 101과의 차이는 인풋 임피던스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과(액티브 픽업, 버퍼뒤에 위치 가능) 좀더 드라이브양이 많다는 점.

이 페달도 역시 OPamp가 아닌 트랜지스터 증폭 형태의 드라이브 페달이다. 두 방식중 어느 방식이 우월하다 라고 하는건 다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거 같아 생략한다. 사실 우열을 가리는게 의미 없기도 하고.

다분히 앰프의 그것을 최대한 묘사해서 나온 뉘앙스가 풍긴다. Volume, Presence, Drive 세 노브로 구성되있으며 프레즌스 노브가 단순히 톤 노브라기보다는 중저역은 놔두면서 고음역 쪽을 컨트롤 하는거 같다. 앰프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처음 구매후 테스트 하며 느낀점은 음압이 엄청나다는 점이었다. 이는 물론 페달들이 다 그런감이 있는데 단순히 볼륨이 크다! 이런 느낌이 아니고 말 그대로 음압이 세다. 중음역대와 레조넌스 쪽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을 해야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찌그러진 앰프 세팅에서의 테스트이기 때문에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페달의 볼륨 노브를 만지면 볼륨이 증가하는 느낌이 아니라 저역대의 리스폰스가 증가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단순히 볼륨이 증가해서 이렇게 느끼는점은 분명 아니라는 것을 짚고 넘어간다.

클린앰프에서 잠깐 테스트 해봤었는데 아무래도 찌그러진 앰프에서의 사운드 뉘앙스만큼은 안나오는거 같지만 그건 그거대로 아주 좋은 사운드라고 생각된다.

디스토션이 마샬 Bluesbreaker나 JTM 계열의 사운드라면 이 페달은 Plexi 사운드 성향의 페달인거 같다. 묘하게 Orange Amp 스러운 느낌도 있는거 같다. 고음역이 엣지있으면서 FAT하다.
당장에 사운드의 차이가 디스토션은 풀레인지 사운드이고 중음대가 탱탱한 느낌이 있는데 SLO는 그거보다 약간 저음이 빠지고 중음대가 강조된(아무래도 오버드라이브다 보니) 사운드이고 그 중음역대가 디스토션과는 약간 다른 성격의 기름진 사운드이다. 디스토션이 조금더 쇳소리 같은 질감이라면 SLO는 약간 돌소리? 표현이 좀 이상하다. 드라이브 양은 SLO가 압도적으로 많다.

오버드라이브와 디스토션의 차이가 클리핑 방식인데,  두 페달의 질감 차이는 그부분에서의 차이 같기도 싶다. 드라이브양으로 오버드라이브와 디스토션을 구분짓는게 아니라고 들었다.확실히 TS계열의 그런 오버드라이브 소리는 절대로 아니다. 절대 네버 네버 에버...
사실 오버드라이브가 맞나 싶기도 하다. 오버드라이브 페달들이 대부분 중음대에 치중되있는데 이 페달은 그에 반해 굉장히 풀레인지 페달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음역대가 그렇다. 특히 TS계열이 중음대에서 꽁기꽁기 한데 비해 SLO는 뻥 뚫려있다.

로우게인 사운드에서 두 페달의 성향이 확연히 드러난다. 디스토션이 확실히 풀레인지의 그런 느낌의 로우게인이라면 SLO는 조금더 중음대의 공명이 강조된듯한 사운드이다. 아 이것도 좀 설명이 애매하다. 좀 그냥 둘이 성향이 다른 페달이다.

SLO도 피킹 뉘앙스가 너무 좋다. 볼륨 반응도 좋고 터치에 민감한게 굉장히 기분 좋다.

싱글코일과의 궁합도 환상이였고, 무엇보다 깁슨과의 조합이 정말이지 너무 환상이었다. 말 그대로 Plexi 사운드 라고 감히 말해본다. British Music에 굉장히 잘 어울릴거 같은 사운드이다.


물론 페달들은 그런거 같다. 방출을 결심하고 방출해놓고 계속 뭔가 여운이 남는다. 앞으로 리뷰를 작성할 페달들도 그렇다. 리뷰 적고 뭔가 다시 살것만 같다. 여운이 남는다는게 뭔가 '아 그때는 진가를 몰랐어... 지금쓰면 더 잘쓸수 있을거 같아' 이런 느낌의 여운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참 잘 만든 브랜드임에는 확실한거 같다. 진짜 오래오래 좋은페달 많이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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