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외면해왔지만,
결국 구입했다.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한동안 미뤄두었던 포스팅을 어떤 것으로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이걸 첫 순서로 작성해 보는게 어떨까 싶었다.
십수년 전만해도 국내에선 나름 귀했던, 에릭존슨 사운드의 핵심이라며 Chandler (엄밀히 이야기하면 챈들러사의 저작권 침해의 산물, 아래 후술) 튜브 드라이버가 꽤나 고가에 거래되던 걸 본 적이 있다.
Butler 가 Chandler 에 제작 납품하던 BKB/Chandler Tube Driver
Chandler 에서 버틀러의 승인 없이 무단 복제한 Tube Driver
풋스위치 아래 로고 부분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으나 2000년 후반부터 리이슈되어 나와서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재밌는 사실은, 보통 이런 페달들은 오리지널(튜브 드라이버의 경우 1985년 출시) 이 리이슈보다 고평가 받는게 대부분인데 튜브 드라이버는 희한하게도 리이슈의 평가가 더 좋다고 한다.
아무래도 빈티지 퍼즈처럼 특정 부품에 아주 예민한 형태가 아니어서일 수도 있고 여러모로 기술의 발전에 의한 수혜를 본 게 아닐까 싶다.
에릭존슨, 데이빗 길모어도 리이슈 버전을 사용한다고 한다.
튜브 드라이버의 버전과 역사 등에 대하여는 아래 링크 참고.
거의 본좌 급의 정보를 자랑한다. Gilmourish.com 과 더불어 David Gilmour 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데 정말 알짜배기 정보들을 담고 있다. 위에 이야기했던 챈들러와의 상표권 분쟁 내용도 다루고 있다. 강력 추천!
추가로 John Roscoe라는 사람이 버틀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내용도 아래 첨부.
위 링크에 튜브 드라이버에 대해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여기에서는 그런 내용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개인적인 내 경험 위주로 작성해볼까 한다.
튜브 드라이버가 올라간 본인의 현재 메인 보드.
새틀라이트 보드와 조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순서는 인풋 인터페이스-펑키바이브-물론컴프-(루프)-프로테우스-물론디스토션-튜브드라이버-폴리튠-TDX-페이저-이큐 순으로 되어 있다.
역시 구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David Gilmour 때문에...^^
다들 알다시피 이 제품에는 12AX7/ECC83 진공관 한알이 들어간다.
대부분 진공관이 포함된 페달들은 진공관 자체가 중,고전압에서 증폭 소자(흔히 트랜지스터, OPamp 등)의 역할을 하는데,
특이하게도 튜브 드라이버는
그런식의 작동 방식이 아니다.
이게 이 페달의 차별점과 특별함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는데, 드라이브의 대부분은 TL072 OPamp 에서 만들어진다.
진공관은 그렇게 만들어진 드라이브 사운드에 진공관 착색을 입히는 용도로 존재한다. 플레이트 전압이 증폭 소자로서의 진공관 요구 전압 대비 턱없이 낮다고 한다. 굶주린 플레이트 전압(Starved Plate Voltage)이라고 한다는데 기술적인 부분은 정확히 모르겠고...^^
순서상 TL072 -> 진공관 의 증폭 순서로 이루어져 있고 진공관은 게인을 증가시키거나 하지 않고 오로지 착색의 목적으로 기능한다.
일종의 클리핑 다이오드와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이 부분이 여타 다른 드라이브 페달과 다른
튜브 드라이버 특유의 사운드에 크게 일조하는 것 같다.
확실히 튜브 드라이버에는 다른 페달에는 없는 특유의 사운드 뉘앙스가 존재한다.
진공관이 증폭에 직접 관여하는게 아니라 진공관 착색만 입히는 건데 희한하게 진공관 뉘앙스가 진하게 난다.(당연한건가 ㅎㅎ) 진공관 특유의 컴프레션된 질감이 꽤 특색있게 다가온다.
다른 페달에서는 나지 않는, 오로지 튜브 드라이버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징적인 뉘앙스다.
에릭 존슨 특유의 Violin Tone 도 바로 이 튜브 드라이버의 착색감을 극한으로 끌어낸 세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마샬 플렉시+튜브드라이버+에코플렉스의 조합으로 만들어내는 에릭 존슨의 바이올린 톤은 저 세 가지중 하나라도 없으면 나오지 않는 톤이다.
다시 말해 튜브 드라이버 하나로 얼추 비슷하지만 절대 동일한 소리는 안나온다는 말이다. 최소한 마샬 플렉시 사운드를 비슷하게 내주는 드라이브 페달과의 조합이 필수적이다.
에릭 존슨은 어디까지나 대부분의 게인은 마샬 플렉시이고 튜브 드라이버는 에코플렉스의 프리앰프부와 더불어 특유의 착색과 약간의 게인을 더하는 역할이다.
개인적으로 추려본 튜브 드라이버의 특징을 가장 잘 포착했다고 생각하는 유튜브 영상들이다.
TPS의 진공관 드라이브를 다룬 영상.
튜브 드라이버는 12:15 부터.
해당 영상은 튜브드라이버의 노이즈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영상인데
그거완 별개로 사운드클립으로 훌륭해서 첨부.
대부분의 드라이브 페달들이 클리핑 다이오드에 따라 사운드가 변하듯, 튜브 드라이버도 진공관에 따라 의외로 소리 질감이 극적으로 변한다.
사실 좀 놀랐던 부분이다. 가지고 있는 진공관들을 바꿔가며 테스트 해봤는데(바이어스 노브가 있어서 좀더 객관적으로 판단 가능) 의외로 꽤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질감의 차이를 들려주었다.
JJ, TAD, EH, Ruby 등의 진공관을 테스트해보고 현재는 TAD의 7025(12AX7과 동일)로 장착하여 사용중이다.
제목에도 언급했지만 이 페달은 기존 4노브 튜브 드라이버에 바이어스 노브가 추가된 5노브 버전이다.
"Bias" 노브가 추가된 튜브 드라이버
바이어스 노브가 있음으로써 진공관의 바이어스 조절이 가능하며 좀더 다양한 진공관 클리핑 뉘앙스를 조절 가능하다.
보통 요즘 퍼즈페달들에 달려나오는 바이어스와 거의 흡사하게 작동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역시 이 노브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질감이 꽤나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개인적으로는 바이어스 옵션이 있으면 좀더 재미있게 쓸 수 있는 것 같다.
본인 소유의 튜브 드라이버 내부 사진이다.
굳이 내부 사진을 첨부한 이유는 후술.
구입 직후 튜브 교체를 위해 열어보았다.
순정은 노마킹에 그냥 BK 라고 쓰여있는 걸로 알고있는데 전 주인이 Ruby로 교체한 듯 하다.
테스트 끝에 현재는 위에 언급한 TAD의 7025 튜브를 장착.
적혀있는 내용을 보니 대략 21년 생산품이 아닐까 싶다.
아래 토로이달 형태의 전원 트랜스가 내장되어 있다.
기판이 포텐셔미터에 납땜으로 고정되어 있는 형태인데 이게 과연 튼튼할지 심히 의심가는 부분이다.
신품 구입시 3년 보증이라고는 하는데... 실제로 제품을 수령했는데 저부분이 똑 부러져서 왔다는 사례도 발견했다.
나름 보강한다고 글루건으로 고정을 해놓긴 했으나...
내가 여태껏 저런식으로 글루건 지랄을 해서 멀쩡한 페달을 본 적이 없다.
글루건이 기판에는 잘 붙을지 모르겠으나 정작 케이스 같은데서는 금방 떨어지기 마련이다.
애당초 금속제 표면에 고정용으로 쓰라고 나온 제품이 아닌데 왜들 그렇게 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저렇게 전선에다가 저래놓은건 정말 최악이다. 버틀러 아저씨 이건 좀 실망...
기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단점 언급을 해보자면,
노이즈가 꽤 있는 편이다.
이건 구글에 대충만 검색해봐도 무수히 나오는 간증(?) 들로 검증된 대표적인 튜브 드라이버의 단점이다.
케이스 안에 내장된 트랜스 때문에 필연적으로 노이즈가 생길수 밖에 없는 구조인지라 당연한 결과인 듯하다.
위에 Kitrae 에서도 다루고 있는 내용이자만 노이즈를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는 아무튼 트랜스를 밖으로 빼내야 한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 찾은 내용으로는 튜브 히터쪽 노이즈라는 의견도 있는 듯 했다.
아 물론 사이즈 큰것도 단점이다.
나에겐 단점 까진 아닌데(클수록 소리가 좋다는 지론을 가진지라) 확실히 요즘 나오는 제품에 비하면 많이 큰편이고 이것때문에 페달보드에 올리기를 망설이는 플레이어들이 꽤 많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꽤나 특징적인 사운드를 가지고 있어서 범용으로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페달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여러 의미로 호불호가 있을수 있고,
무엇보다 앰프를 많이 탄다.
실제로 페달 자체는 약간 미들이 들어간 사운드인지라 마샬이나 하이와트 등 미들이 두드러지는 앰프들과 조합이 좋다. 실제로 써봐도 그렇고.
물론 내가 사용하고 있는 Hi-Tone의 HT50 DG(지금 링크를 걸면서 봤는데 Part.2 포스팅을 안했다는걸 알았다. 다음은 아마 이 앰프에 대해 쓸 듯 하다) 과의 궁합은 최고다.
펜더 트윈리버브 같은 앰프와는 그닥 조합이 좋지 않았다. 펜더 앰프중에서도 미들 특성이 좋은 앰프(베이스맨 등) 과는 조합이 괜찮을 듯 하다.
요즘 같은 때에는 크게 단점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인데, 랫처럼 켰을때도 임피던스가 높아서 뒤에 버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고음역대에서 꽤나 로스가 생길 수 있다.
나도 그래서 튜브 드라이버 뒤쪽에 폴리튠을 버퍼모드로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이 페달에서만 나는 사운드가 있다.
이게 뭔가 누구나 좋아할 소리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분명 튜브 드라이버만의 특징적인 사운드의 캐릭터가 너무 강렬하다.
내 블로그를 좀 본 사람들이라면 MXR FET Driver를 좀 썼다는걸 알 수 있다. 심지어 조 보나마사 커스텀샵까지.
대표적인 튜브 드라이버의 클론이다.
추가로 꽤나 흡사하다고 알려진 지금은 회사가 없어진 Buffalo FX의 TD-X 도 현재 사용중이다.
각각 좋은 클론들이고 나름 튜브 드라이버의 특성을 잘 포착해낸 제품들이다.
TD-X의 경우 로우-미드게인 사운드가 원본과 흡사하고 FET 드라이버는 하이게인이 나름 비슷하다.
그렇지만 다 떠나서
원본이 제일 낫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사이즈나 노이즈 유무에 있어서 대체 용도로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사운드의 완벽 대체는 좀 힘들다.
매번 이야기 하지만 오리지널 사운드가 필요하면 오리지널을 써야한다. 클론에서 애써 오리지널 사운드를 내려 하기보단 클론 그 자체의 소리를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꽤 비슷하기도 하다.
튜브 드라이버의 장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로우-미드-하이게인 모두 버릴것 없는 사운드를 내준다.
같은 페달에서 이렇게까지 변화무쌍하고 넓은 사운드스케이프를 가진 페달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큰 변화폭을 보여준다. 심지어 그 소리들이 다 좋다.
실제로 데이빗 길모어는 투어 장비에 총 3대의 튜브 드라이버를 쓰는데 각각 로우/미드/하이게인 용이다.
처음엔 왜 그렇게까지 쓰는지 의문이였는데 써보고 나서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상당히 따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엣지있고 묵직한 사운드'의 페달이다. 이게 뭔소리여 할테지만 사실이 그렇다. 일단 이큐 레인지가 말도 안되는지라 두툼한 사운드부터 귓고막 찢어지는 소리까지 낼 수 있다.
약간 퍼즈틱한 뉘앙스도 느껴진다.
결론은,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이 페달과 성향이 맞는 플레이어라면
아주 만족할 수 있는 페달중 하나가
튜브 드라이버 아닐까 싶다.
끝으로, 요즘 사용하는 페달보드 사진을 첨부하며 올해 첫 포스팅은 마무리...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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