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8일 화요일

1993 Gibson SG '61 Reissue'

역시나 배운게 도둑질이라 2020 새해 첫 포스팅으로 악기를.

깁슨 SG가 갖고싶어진건 사실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다.
그전엔 이야 기타 샤프하고 소리 좋다 이정도였는데 어느날 급 관심이 생기고(아무래도 Gary Clark JR 때문인거 같다.) 중고 탐색에 들어가 운좋게 구하게 된 기타이다.

물론 구입하고 SG 서칭을 멈추긴 했지만 61리이슈 사양의 SG는 히스토릭 쪽 빼면 중고 씨가 마른것 같다. 스탠다드는 아직도 좀 있는거 같지만 이건 워낙 국내 SG 수요가 바닥인지라.


93년도에 나온 Gibson SG 61 Reissue이다. 펜더에게 있어 암흑기와 같았던 90년대에 깁슨은 꽤나 고퀄리티의 기타가 생산되던 시기라고도 한다. 히스토릭도 이때 즈음부터 나왔다고.

사실 SG에 대해 이것저것 구글링 하면서 알게된 사실들이 61리이슈와 스탠다드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매니아들에겐 당연한 정보였겠지만 관심없던 나에게는 아주 알찬 정보랄까.
비교해보니 소리도 상당히 다르다. 그도 그럴게 헤드며 넥이며 픽업이며 서로 다른 사양이다보니 다른 악기라고 봐야 될 정도이다.

스탠다드와 비교해서 61리이슈는 간단하게 더 큰 헤드, 더 얇은 넥, 더 깊은 넥조인트, 픽가드, 픽업의 차이 로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넥이 진짜 얇다. 넓고 얇은 느낌? 아이바네즈를 쳐보진 않았지만 왠지 딱 이것과 비슷할거 같다.

스탠다드가 좀더 타이트한? 뭔가 록 자체에 최적화된 느낌이라면 61은 그것보다 좀더 따뜻 섬세 부드럽다.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이게 글로 전달이 잘 안되는데 스탠다드는 터프하고 61은 섬세하다.
무엇보다 기름지다는 느낌이 딱 맞는것 같다. 오히려 이것때문에 더 록과 블루스에 어울리는것 같다.
사실 이 차이는 픽업에서 기인하는 것도 크다고 본다. 57 Classic 자체가 아주 기름지다. 그래서 험버커 픽업은 아예 노 관심이었던 내가 이 기타를 계기로 PAF픽업의 맛에 빠진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오리지널 PAF와 그 복각들에 환장을 하는지 알 것 같다.

개인적으로 스탠다드의 비주얼이 영 별로라고 생각했었다. 헤드도 뭔가 존재감 없고 픽가드가 바디 전체를 덮고 그위에 픽업이 둥둥 떠있고 전체적으로 뭔가 멍청? 해보이는 느낌이어서 별 관심이 없었다. 물론 이때는 사운드 차이가 그렇게 클거라는건 생각 못하고 순전히 비주얼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소장님 죄송합니다 사진 좀 쓸게요 ^^;)

다만, 리어는 괜찮은데 프론트 픽업쪽의 소리가 좀 아니다 싶을 정도로 먹먹했다. 리어도 뭔가 더 까랑하게 치고 올라올거 같은데 막히는듯 한 느낌도 들고. 볼륨 커브도 적응이 영 힘들었다. 역시 구글링을 해보니 80년대부터 Gibson 기타들에 300k 리니어 볼륨이 달려나오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찾았다. 그럼 그렇지.

초창기 깁슨(과 히스토릭)은 500k 볼륨, 톤이었다. 단순히 생각해서 숫자가 커질수록 소리가 밝아진다. 50, 60년대 깁슨 기타로 녹음된 연주들을 들어보면 생각보다 카랑카랑하고 맑은 소리가 나는데 아마 PAF와 500k 볼륨 조합이어서 가능했지 않았나 싶다.
이후 80년대 헤비메탈이 도래하며 깽깽대는 소리보단 더 육중하고 저음이 나오는 기타의 수요가 필요해지며 자연스럽게 볼륨팟의 저항이 내려간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일단 최대한 60년대 사운드로 회귀를 목표로 잡고 이런 저런 교체를 했다.
볼륨팟 300k->CTS 500k Audio Taper, 순정 57클래식을 물론 PAF로, 기존에 달려있던 콩알만한 세라믹 캐패시터를 구소련제 페이퍼 인 오일 캐패시터로 교체, 마지막으로 배선을 '50's Wiring' 이라 불리우는 방식으로 교체했다.
57클래식은 하원양의 에피폰 SG에 장착. 오 이 조합도 괜찮다.

결론적으로, 원하는 사운드에 거의 근접하게 나오고 있다. 먹먹했던게 사라지고 맑아졌다. 더불어 팟의 커브가 펜더와 비슷하게 되어서 커브 적응이 한결 수월해졌다. 퍼즈와의 궁합도 매우 좋다.
'근접하게' 라고 한 이유는 캐패시터가 아직도 좀 고민이 되는 관계로. 순정으로 돌아가던지 0.022uF 사양의 세라믹 캡을 구하면 그걸로 교체해볼 생각중.

50년대 방식 배선의 효과가 생각보다 굉장하다. 볼륨과 톤을 적극적으로 만지고 클린업을 즐겨 쓴다면 아주 탁월한 선택이 될거라 자부한다.
더불어 물론 PAF도 주변에서 하도 좋다고 권해서 장착해봤는데 대 만족 중이다. 막이 걷히고 더 맑아진 느낌.
이건 따로 포스팅을 할 예정.


구입 이후로 있었던 공연에서는 항상 이 기타를 사용했다. 리더님을 포함해서 좋은 소리가 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왜 이 기타를 진작부터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들 정도다. 정말 매력적인 기타다.

한가지 욕심이 있다면 이다음에는 Maestro Vibrola가 달린 SG를 가지고 싶다는 것 정도? 그 특유의 브릿지에서 기인하는 맹꽁한 소리조차도 너무 매력적이다.

원래도 한번 구입한 기타는 파산 직전 아니면 평생 가져가자는 주의여서 이 기타도 별일이 있지 않은이상 끊임없이 연주할 것 같다.

마지막 사진은 픽업 교체할 당시의 사진...

커버 안쪽에 '부적' 이 붙어있었다... 전주인도 몰랐던거 같은데... 아니 왜 기타안에 부적이...
입시생의 실음과 합격을 기원하며 붙인 뭐 그런거였을까... 세상사 요지경^^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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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혹시 57 클래식 픽업 구매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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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현재 57클래식은 제 다른 기타에 장착되어 있어서 판매는 어려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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