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6일 화요일

웨이브커스텀 '더 박스' Wavcustom 'The Box'

국내의 진공관 기타 앰프 제작 업체인 웨이브커스텀에서 3세대 앰프와 더불어 신제품이 나왔다.
'The Box' 라는 Dummy Load, Attenuator, Speaker Simulator 세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 유틸리티 제품군이다.

오래전부터 이 회사의 앰프를 협찬받아 사용 중이고, 이런저런 짜잘한 피드백을 드리는 관계를 유지 하고 있던 찰나에 신제품 출시의 소식을 들었고 곧 내가 원하는 형태의 제품임을 알게 되었다.


과거 리뷰한 바 있던 올드스쿨 '1세대' (현재는 EL34 를 사용중이다. 리뷰에 등장하는 앰프는 6L6) 를 녹음과 공연에서 잘 사용하고 있고 나름 질 좋은 제품을 출시하는 회사라고 생각해서 신뢰를 가지고 있다.

물론 펜더와 마샬 같은 전통의 명기를 생산해 내는 곳과는 출발선상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악기 시장 특히 기타 앰프 시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대한민국에서 이런 제품들을 출시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모험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는 고맙기도 하면서 안타까움이 많이 들곤 한다.

스피커(캐비넷) 시뮬레이터는 말 그대로 '기타 앰프 캐비넷 사운드' 를 재현해주는 기기이다. 정확히는 스피커와 캐비넷 인클로저의 EQ Curve를 재현해서 Line Level 등으로 다이렉트 출력이 가능하게 만든 일종의 EQ, Filter 포맷이다.

캐비넷과 스피커는 그 자체로 Filter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기타 앰프 자체의 소리라기 보다는 기타 앰프에서 나온 신호가 캐비넷 안의 스피커 유닛에 의해 소리가 상당부분 커트되어 다듬어져 나오는 소리인 셈이다. 예전에 포스팅했던 라우드스피커 편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듯 하다.

프리앰프나 드라이브 페달, 기타 앰프(더미로드 필요, 기타 앰프는 스피커 아웃풋 쪽에 반드시 출력을 받아주는 저항 역할의 Load가 있어야 한다. 평상시엔 스피커가 이 역할을 수행.)의 아웃풋 출력을 다이렉트로 연결해 모니터 해보면 뭔가 퍼석퍼석 거리고 저역과 고역이 과도하게 많은 찢어지는 듯한 하여튼 좀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를 찢어지는 고역대와 과도하게 붕붕거리는 저역을 커트하고 다듬고 잘 포장해서 우리가 듣는 기타 사운드에 근접하게 만들어 마이킹 같은 번거로울수 있는 과정 없이 라인으로 콘솔이나 PA에 연결해 사용하게끔 만든것이 스피커 시뮬레이터이다.

나름 꽤 역사가 있는 형태인데 짤막한 지식으로 최초의 스피커 시뮬레이터는 Palmer PDI-03 라고 알고 있다. 에디 벤 헤일런의 푹 젖었으면서도 명료한 기타 사운드(W/D/W)의 비밀병기 같은 역할을 했다.
본래 앰프에 더해서 라인레벨로 변환된 시그널에 딜레이, 리버브(Wet) 등을 걸어 원소스(Dry) 와 합쳐서 사용하는 등의 용도로도 가능하다.

Michael Landau 나 Steve Lukather 같은 LA Session 뮤지션들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소위 말하는 'LA Sound' 를 만들어 냈다. 정확히는 Dry Amp를 마이킹한 소스에 Wet을 입혀 블랜딩한 형태이지만 이 방법도 널리 사용했던 걸로 알고 있다.

사실 조금만 검색해보면 다 나오는 내용들이다. 딱히 특별할 것 없는.

개인적으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페달보드 상에서의(앰프 인풋 이전에서) W/D/W 은 일종의 절충형이라 생각한다. 오리지널은 오히려 이쪽이 아닐까. 프리+파워앰프를 거친 소스에 Wet 이펙팅을 입힌 형태여야 모든 장비를 십분 활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꼰대마인드 ㅎㅎ)

잠깐 이야기가 딴데로 샜는데, 본격적으로 '더 박스' 에 관하여 포스팅을 적어본다.

전면부? 후면부? 아마 후면부이지 싶다. 왼쪽부터 Speaker out, Atten On/Off', Speaker In, Simul Out, 9VDC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일반적인 환경, 그러니깐 앰프를 이용할 때는 앰프 Out에서 Speaker In으로 연결을 해주면 된다. 이상태에서 Speaker Out에 별도의 캐비넷 연결을 하면 감쇠기로 사용 가능(Atten On/Off Toggle, -15db 감쇠, 감쇠양 조절 X)하고 캐비넷 연결이 되어있지 않으면 자동으로 50W 더미로드가 작동해서 로드의 역할을 수행한다.

Simul Out은 스피커 시뮬레이터가 적용된 시그널이 출력된다. 기본적으로 Balanced(TRS) 를 권장하지만 Unbalanced(TS) 에서도 무난하게 동작한다. 다이렉트 아웃(Non Simulator)은 지원하지 않는다.
사실 이부분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요즘의 추세는 IR 시뮬레이터를 많이 쓰는데 이를 위해 시뮬레이터가 빠진 다이렉트 라인아웃을 필요로 한다. 또 별도의 D/W을 위해 다이렉트 아웃에서 Wet 이펙팅을 걸어 별도의 기타 앰프로 연결해 사용하고 싶은 경우에도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

결론적으로 무조건 스피커 시뮬레이터가 적용된 소리만 라인 출력이 가능하다. 일단 이렇게 단점 하나.
그리고, 오로지 한가지 소리만 사용 가능하다. 이미 프리셋 되어있는 사운드를 변경 불가능하다. 그래봤자 EQ Curve 를 약간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지만 나름 Open, Closed Back 등등을 고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다. 단점 둘.

하지만 장점일 수도 있는게 단순하다. 복잡하지 않고. 사운드에 관하여서는 후술.

좌측 상단에 위치한 노브는 Simul Out 의 레벨을 조정할 수 있다. 스피커 시뮬레이터를 사용할때는 9VDC 전원을 필요로 하고 감쇠기의 역할로만 사용할시엔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이즈 비교. 물론 페달은 일반적인 Hammond 1590B와 동일한 사이즈임을 감안하면 페달보드에 올려도 될 정도의 사이즈라고 본다. 실제로 대표님도 그 부분을 염두해 뒀다고.

궁금함을 안고 앰프를 연결 후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연결해서 소리를 들어봤다.
어... 나쁘지 않다. 심지어 괜찮게 들린다.
제작스토리를 들어보니 Simulator 부분이 Greenback 의 EQ Curve를 모티브로 약간의 수정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오바 좀 보태서 요즘 나오는 Reissue 말고 유튜브에서 들어볼 수 있는 Original 의 따뜻하면서 Bite가 살아있는 중역대와 과하지 않은 고역대의 특성을 들려준다.
확실히 American 보단 British에 더 근접해있고 소리가 얇거나 하지 않고 풍부하면서도 거친 날것의 중역대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저 그냥 꽂고, 연주했을 뿐인데 소리가 좋아서 놀랬다. 상당히 주관적일 수도 있는데 더박스를 이용한 첫 레코딩때 같이 있던 감독님께서도 소리가 상당히 좋다고 어디 제품이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 감독님이 얼마나 소리에 민감하고 타협이 없는 분인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꽤나 호평을 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IR에 익숙해져 있다면 아날로그 시뮬레이터들의 소리가 적응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듯하다. IR 들에 비해 이런 류의 제품들은 상당히 투박하고, 뭔가 하이파이하지 못하고 거칠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원래 IR보다 이런 소리들을 선호해 왔고, 기존 IR 유저들도 익숙해지면 오히려 더욱 음악적인 소리라고 느낄거라 생각한다.

Dummy Load의 역할을 수행하는 하여튼 '엄청 큰' 저항들. Reactive Load 제품들이 속속들이 출시되고 있는 마당에 웬 Resistive Load냐 라고 할 수 있지만 중요한것은 역시 감쇠 기능을 이용했을때 톤 로스.

청감상으론 50W급의 앰프는 한 1/3 에서 1/2정도, 그보다 적은 와트의 앰프들은 거의 1/2 정도의 감쇠율을 보여준다.
사실 나도 Reactive Load가 막연히 좋을것이라는 일종의 환상이 있었기에 감쇠 기능에 대해서는 별 기대를 안했었다. 사실 캡시뮬 쪽 소리가 좋아서 더더욱 그랬던 것도 있다.

보통 이정도 레벨(-15db) 정도 내려가면 저역부터 해서 고역까지 차근차근 날아가기 시작한다. THD Hot Plate가 그랬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감쇠기는 그렇게 날아간 소리를 보상하기 위한 장치(Deep, Bright 등)가 있다. 어느정도 커버는 되지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인데 더 박스는 생각보다 로스가 크지 않았다.
물론 Tone Sucking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히 봐줄 수 있는 영역대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로스가 크지 않다.

비슷한 형태의 가장 유력한 제품은 아무래도 Mesa CAB Clone 이 아닐까 싶다. 차이점이라면 캡클론은 150W Dummy Load, 감쇠 기능 X, Transformer Balanced Out, Non Simul Line Out, 제한적인 캐비넷 종류 선택 가능, Headphone Out, 그리고 가.격.
더 박스에 없는 Headphone Out, Transformer Balanced Out, 캐비넷 선택, 고와트의 Dummy Load를 캡클론은 가지고 있다. 사운드 차이는 논외로 해야할듯 싶다. 캡클론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또 다른 비슷한 제품은 Two Note의 Captor 인데 상당히 유사점이 많다. 더미로드, 캡시뮬, 감쇠기. 근데 이 제품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쉬웠다.
일단 감쇠 레벨부터가 좀 더 작은데(-20db) 이정도 부터는 Tone Sucking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더박스와 비슷하게 프리셋 되어있는 시뮬 아웃이 있는데, 이 제품은 뭔가 V30을 모티브로 삼은 느낌이었다. 거친 중고역대의 특성을 보여준다. 메탈 사운드에 어울릴 법한.
사실 이건 Two Notes 제품들의 성향인것 같다. Torpedo도 그렇고 이쪽의 IR들이 기본적으로 갖고있는 냄새가 있는 듯 하다. 개발진들이 이런 소리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더박스의 기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꼭 필요한 기능만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Non Simul Out 만 추가로 있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이정도 기능들도 사실 대단한 듯 싶다.



더 박스를 이용한 사운드샘플을 녹음해 보았다. 갑자기 떠올라서 휘리릭 만든 곡이다. 유튜브에 나올법한 악기 샘플 스타일로 ㅎㅎ
소리에 관한 부분은 워낙 주관적이라 사운드샘플을 참고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성향 파악은 한번에 되리라 생각한다.

Fender Stratocaster, Oldschool Amp를 이용하였고 사운드가 크게 4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Pt.1 Moollon Chorus
Pt.2 No Pedal
Pt.3 Moollon Sol Fuzz+HSW Angel Dust (Octafuzz Style)
Pt.4 Moollon Wah, Moollon Dist(EXHR ON)
를 이용하였다. Focusrite Saffire pro 24를 거쳐 Logic Pro 10에서 녹음 후 기타트랙에 100Hz 밑으로 -6db 정도 로우컷을 주었고 최대한 음원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노멀라이즈 ON으로 바운스 하였다.

글이 많이 길어졌는데 정리하자면,

장점:
3IN1 (Dummy Load, Attenuator, Speaker Simulator)
작은 사이즈 (Pedalboard Friendly, 9VDC)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Loss를 보여주는 감쇠 기능, 훌륭한 사운드의 Simul Out(Greenback Style)
합리적인 가격(20만원 초반)

단점:
Non Simulator Out or Simul On/Off의 부재
감쇠 레벨 세부 조정 불가
캡 시뮬의 미세 조정 불가(Open, Closed 등)
다소 적다고 느낄 수 있는 Load 와트수 (Max 50W)

이정도로 정리가 된다.
마지막 단점 같은 경우엔 더미로드로만 사용할 시에는 100W까지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감쇠기 사용시에는 짤없이 50W Max로.
사실 단점으로 지적한 부분들은 후속 모델이 출시될시 상당부분 보완될 것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대신 어쩔수 없는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듯 싶다. 덤으로 사이즈도.

이번에 새로 나온 앰프도 상당히 소리가 괜찮았는데 명기로 남을 수 있는 제품이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솔직히 처음 출시 소식을 들었을때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기대를 거의 충족시켜 준 제품이기도 하다. 요즘의 트렌드에 부합하기도 하고. 사실 점점 캐비넷, 심하면 앰프까지도 안쓰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그 점에 대응한다는 부분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악기 제작자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상상도 못하겠다.
감히 말하지만, 부디 국내의 모든 악기 제작자분들께서 포기하지 않고 여러 좋은 악기들을 오래오래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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