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퍼즈페이스가 있다면,
동시대 미국에는 퍼즈라이트가 있었다.
Feelstar Fuzz 는 그중에서도 레어한 Germanium Fuzzrite Clone 이다.
덧붙여, 필스타 라인업의 스타트를 알리는 퍼즈이기도 하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본 포스팅을 시작하기에 앞서 포스팅하는 모든 필스타 제품은
전부 내돈내산임을 밝힌다.
영국을 상징하는 2TR 퍼즈에 퍼즈페이스가 있듯이, 미국을 상징하는 2TR 퍼즈엔 퍼즈라이트가 있다.
다만 그 음색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풍부하고 풀레인지 하이파이의 대명사인 퍼즈페이스에 비해 퍼즈라이트는 갈아마시는 벨크로 로파이 퍼즈의 대명사라고 칭할 정도의 차이가 있다.
퍼즈라이트의 상징과도 같은 Iron Butterfly 의 In A Gadda Da Vida
V2에 해당하는 실리콘 퍼즈라이트를 사용하였다.
국내에서는 John Frusciante 덕분에 많이 알려진 페달이기도 하다. 나도 역시 프루시안테 때문에 이 페달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2006년 발매작인 Stardium Arcadium 에서 본격적으로 쓰였고 Dani California에서 그의 DS-2와 더불어 가래떡 반죽 뽑는 솔로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좌우 패닝이 되어 있는데 한쪽은 DS-2 단독, 다른 한쪽은 DS-2 + Fuzzrite 로 강하게 추정된다.)
특히 앨범과 동명의 곡에서는 대놓고 퍼즈라이트 만으로 솔로를 연주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필스타님의 사무실에 방문해서 오리지널 V2 실리콘 퍼즈라이트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프루시안테는 확실히 V1 게르마늄 퍼즈라이트를 사용한 것 같다.
여담으로, V2 실리콘 퍼즈라이트의 소리는 게르마늄과는 또 다른 진짜 말 그대로 광기가 느껴지는 충격적인 사운드였다.
퍼즈페이스나 톤벤더와 더불어 퍼즈라이트도 여러 회사에서 클론으로 출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클론에는 아날로그맨 페퍼민트 퍼즈와 킬리 퍼즈라이트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 킬리는 오리지널과 동일한 외관까지 필스타 퍼즈 이전에 가장 확실한 클론 아니었을까 싶다.
Keeley Fuzzrite
Analogman Peppermint Fuzz
필스타 퍼즈는 퍼즈라이트 중에서도 초창기 소수만 생산되었던 V1이라 불리는 게르마늄 퍼즈라이트의 클론이다.
외부 인클로저도 오리지널을 입수하여 그대로 측정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필스타의 첫 제품임에도 의외로 구입은 꽤 나중에 하였는데...
역시나 편견 때문이었다.
다들 알고 있을 그 편견의 원흉은...
바로 이거 때문에 ㅎㅎㅎㅎㅎㅎ
10년도 더 전에 스쿨뮤직에서 신품 구입해서 몇년 전까지 가지고 있었다.
나름 앨범 녹음때에도 당당히 한트랙을 담당하기도 했었기에 애착을 가지고 써보려 했지만 도저히 귓고막 타들어가는 되먹지 못한 오리지널의 아주 안좋은 면만 부각 시켜놓은 듯한 바로 그 페달...
나뿐만 아니라 이것때문에 퍼즈라이트라는 퍼즈박스 자체에 편견이 생긴 사람들이 장담컨데 상당수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오리지널 퍼즈라이트의 정통 리이슈는 개뿔...ㅎㅎㅎㅎㅎㅎㅎㅎㅎ
퍼즈브라이트와 아예 다를거라는 말에 처음엔 반신반의 했던게 사실이다. 편견이 너무 강력했다.
그래도 이전에 구입한 퍼즈들이 역시나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것도 역시 믿고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구입했다.
내가 알던 퍼즈브라이트 소리는 쓰레기가 맞았고,
부드러우면서도 로파이한 벨크로 사운드가 쏟아졌다.
그냥 퍼즈브라이트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페달이라고 봐야 할 정도다.
진짜 이렇게 다를수가 있나 싶다. 사실 유튜브에서 찾을수 있는 V1 퍼즈라이트 클립도 뭔가 폰으로 녹음한 듯한 저퀄들이 대부분이라 딱 참고가 될만한게 마땅치 않긴 하지만 적어도 퍼즈브라이트와 다르다는것 정도는 대충 들어도 알 수 있긴 하다.
덧붙여 필스타 퍼즈가 100%까진 아니어도 98% 비슷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확실하진 않지만 오리지널은 RCA의 2N404 게르마늄 트랜지스터가 쓰였다고 한다. 미국을 상징하는 티알 이라고도 하던데 역시 상태좋은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듯 하다.
필스타 퍼즈도 내꺼에는 동일 형번의 구소련제 버전 TR이 장착되어 있다.
티알과 더불어 사운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캐패시터 쪽에도 오리지널에 쓰였던것과 동일한 은분 세라믹(일명 써클D, 혹은 달고나로 불리는) 이 장착되어 있다.
곧 포스팅 예정이지만, 지금은 해체되어 두개로 쪼개진 보드와 함께.
항상 이야기하지만, 필스타의 제품은 실망하는 법이 없다.
요즘 출시되는 퍼즈들 중에 이렇게 만족스러운 적이 있나 싶다.
이상하게도 페달계의 대기업? 들은 빈티지 복각에 그렇게 혈안이 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작정하고 덤비면 못할거 같지도 않다. 돈이 안되니 안할 뿐이지.
던롭이 조지트립스 영입후 만들어낸 퍼즈페이스 시리즈들만 봐도 그렇다. 적당한 가격에 가격 생각하면 살벌한 퀄리티라던가... 거기에 오리지널리티까지 살린 디자인과 모조까지.
빅머프 시리즈도 마찬가지. 최근 나온 리이슈 스몰박스들 같은 경우도 EHX에서 작정하고 오리지널 빈티지들을 있는대로 쓸어와서 리버스 엔지니어링해서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을 하고 있다.
물론 단가를 맞춰야 하니 SMD 도배에 부품들을 적절히 다운그레이드 해서 최대한 비슷한 사운드를 뽑아내는쪽으로 가고는 있지만... 그게 다 노하우고 기술력 아닐까 싶다.
페달계의 대기업들은 전부 이쪽으로 특화되어 있는것 같다. 최대한 원가절감 하면서도 기술력을 쏟아부어 최대한 비슷한 사운드를 구현해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이해는 간다. 지속가능하기도 하고 안정되게 아웃풋을 뽑아낼 수 있으니.
항상 그놈의 단가가 문제다. 대기업들이 그렇게 만들기 시작하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이다.
퍼즈라는 페달 자체가 대량생산이 용이하지 않은 탓이다.
퍼즈박스 특성상 가내수공업 형태로만 가능하다 -> 인건비가 상승한다 -> 제품가격이 '많이' 비싸진다 -> 팔리질 않는다 -> 망한다
OR
부품 구하기가 빡세다 -> 생산성이 용이하지 않다 ->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다 -> 망한다
슬픈 현실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대기업들은 딱 금액만큼의 사운드가 나온다. 가끔 대륙의 실수 같은 제품들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극소수고, 던롭 퍼즈페이스들도 결국 가격 생각하면 살벌한거지 최상급은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이다.
Feelstar Fuzz - Feelstar Planet Violet - Moollon ZOD - Line6 M9
개인적으로 가성비라는 단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가격 생각하면 쓸만하다 정도의 뉘앙스로 들리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필스타 제품들은 다른 의미로 가성비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른 회사에서 동일 부품, 스펙, 빌드 퀄리티로 출시되었다 하면 최소 10~20만원 정도 플러스 되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비싸다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은데 몰라서 그러는거 같고, 솔직히 퀄리티에 비해 너무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필스타 퍼즈 게르마늄 버전은 곧 생산 종료 될거 같다. 몇대 남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게르마늄 퍼즈박스들이 으레 겪게 되는 수순이기도 하다.
V2 실리콘 버전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 얼마전 테스트 겸 해서 다녀왔었다. 아래는 관련 포스팅.
제대로 만들어진 퍼즈라이트 클론은 퍼즈페이스와는 또 다른 뉘앙스의 걸걸하고 로파이하지만 부드러움도 가지고 있는 아주 매력적인 퍼즈박스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퍼즈브라이트와 비교 자체가 실례일 뿐더러,
퍼즈라이트 매니아라면 필히 소유해야할 페달이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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