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30일 목요일

MXR M169 Carbon Copy Analog Delay

"아니 이게 이렇게 좋았던가?"

역시 대기업 짬빠(?) 는 무시 못하나보다.
꽤나 합리적인 가격에 이정도의 퀄리티를 뽑아내는거 보면 과연 대기업이긴 하다.

의외로 내 취향은 소량 핸드메이드 부티크가 아닌 대기업이었던가 ㅎㅎㅎ
요즘 나오는 웬만한 아날로그 딜레이들 보다 낫다. 아날로그 딜레이계의 베스트셀러 답다.

이전 포스팅을 보면 알겠지만 요즘 많은 페달들이 바뀌고 있고 그중 딜레이가 특히 그런데, 이전에 썼던 것들이 좋긴 하지만 무언가 딱 이거다 싶은 느낌은 아니었다.
제일 지양해야할 부분이지만, 너무 저렴해서 퀄리티를 의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랬던걸 진심으로 반성한다.

일단 대략적인 스펙은 링크 참고. 출시 년도 2009년, 올해로 14년째가 된 비교적 고인물(?)이다.

최대 600ms 딜레이 타임에 모듈레이션(뒷판 열고 트리머로 Width, Depth 조절)까지 지원한다. 사이즈가 사이즈이니 만큼 핵심 부품인 BBD칩을 제외한 나머지는 SMD로 이루어져 있다.
지속가능한 생산이 이루어져야 하는 대기업에서는 안정적 부품 수급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BBD칩은 요즘 아날로그 기반 페달들에 거의 대부분 쓰이는 Panasonic MN3205의 리이슈인 Coolaudio의 V3205 2개가 장착되어 있다.

사실, SMD에 대해서도 일종의 편견이 있었는데 퍼즈나 드라이브 페달이 아닌이상 제대로된 기술력과 설계가 뒷받침 된다면 SMD도 꽤 괜찮다는걸 알게 되었다.

부티크랍시고 젠체하는 중소규모 업체/빌더들, 특히 첨에 좀 신경써서 만드는듯 하다가 인기 오르고 돈맛좀 보고 물량 소화하려고 재빠르게 SMD로 갈아타는 놈들 몇몇 브랜드 있는데 특정 브랜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대기업급으로 제대로 만들 인프라가 갖춰진게 아니라면 정신 좀 차리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아무리 형만한 아우 없고 오리지널 뛰어넘는 리이슈 없다지만 출시한지 얼마나 됬다고 벌써 버전이 여러개고 심지어 버전을 거듭할수록 더 구려지고, 어디서 안좋은것만 배워서 수익성 극대화 같은 같잖은 짓들 하고 있는거 보면 기가 찰 정도다.

"그래서 보통 인스타에서 유행하는 페달들은
믿고 거르는 편이다.
위에 이야기한 내용에 딱 부합하기 때문이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들 알다시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이자 일본에 BOSS가 있다면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MXR이다.
이미 셀수도 없을만큼 많은 명기들을 만들어내었고 지금도 우리가 즐겨 듣는 명반들에는 보스와 더불어 반드시 MXR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지금도 뮤지션들에게 애용되고 있는 브랜드이다.

Distortion +

Dyna Comp

Phase 90 & Phase 45

현재 MXR은 87년도에 Dunlop에 인수되어 하위 브랜드로 지금까지도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제품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보스와 더불어 이펙트계의 최대 공룡기업이 던롭이 아닐까.


사실 던롭이야말로 명실상부 업계 1위 브랜드 아닌가 싶다.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브랜드나 네이밍은 웬만해선 거의 던롭 소유다.
여러가지 있지만 대표적으로 Fuzz Face가 그렇다.

2008년에 MXR은 변곡점을 맞게 되는데, Way Huge의 설립자였던 Jeorge Tripps 를 스카웃한 것이다.
조지 트립스를 데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웨이휴즈도 던롭의 산하 브랜드로 부활한다.

Jeorge Tripps


지금도 명기로 불리우는 Green RhinoBlue HippoAqua Puss 등이 그의 작품이며 쓰레기 같은 평가를 받던 90년대의 퍼즈페이스를 환골탈태하여 시그니처 시리즈(핸드릭스, 에릭존슨, 보나마사)를 발매,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만든것도 그의 작품이다.
물론 던롭 리이슈 옥타비오도 그의 작품이다. 설계와 부품선정을 포함한 프로젝트 자체를 진두지휘했다.

퍼즈페이스에 관심있다면 한번쯤들 봤을, 던롭 퍼즈페이스에 대한 편견을 깨게 만들었던 충격과 공포의 영상.
James Santiago(이양반 현재는 Universal Audio에 있다 ㄷㄷ)와 Jeorge Tripps 출연.


이밖에도 참여한 프로젝트가 셀 수 없이 많은데 스크립트 리이슈부터해서 어 좀 좋네? 하는것들은 다 이양반 작품이고 Carbon Copy도 그 중 하나였다.
사실상 조지 트립스가 MXR을 다시금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설계 기준이 꽤 명확했다는데 BUD케이스 사이즈에 600ms 타임 그리고 모듈레이션을 포함한 "저렴하면서 좋은" 아날로그 딜레이 가 그것이었다. 이걸 다 해낸 거다.
걸출한 빌더이자 훌륭한 기획자라고 생각한다.

사운드 역시 유튜브에 널린게 카본카피이고 몇개 시청해보면 알겠지만 다크하다.
후에 좀더 밝은 성향의 카본 카피 Bright도 출시되었다.



아날로그 딜레이의 최대 단점이 높은 피드백에서의 클럭 노이즈인데, 이걸 어떻게 필터링하냐에 따라서 딜레이 컬러가 결정되는 듯 하다.
딜레이 라마를 쓰면서 이 클럭 노이즈가 최대 스트레스였다. 카본카피 보다 덜 다크한데 그만큼 피드백이 늘어나면 맥박 뛰는듯한 클럭 노이즈가 은근히 거슬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브라이트와 딜레이라마가 좀 비슷한 성향 같다. 영상을 보면 확실히 오리지널 대비 브라이트가 클럭노이즈가 더 있는걸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러 다크한 딜레이를 원했었고,
카본 카피는 거기에 모듈레이션까지 추가된
딱 내가 원하는 조건의 딜레이었다."

사실 딜레이 취향만 놓고보면 BOSS DM-2가 더 취향이긴 한데, 모듈레이션의 존재 여부와 이부분에서는 좀 관대한 편이라 카본카피로도 약간 충족되는 감이 있다.
근데 언제 DM2로 소리소문없이 바뀔지도 모른다 ㅎㅎㅎ

곧 포스팅 하겠지만 카본 카피 구입에 앞서서 DODRubberneck 을 구입했었다.
이건 더 좋다. 일단 리핏 질감이 내가 딱 원하는 질감이고 게인노브로 테잎 세추레이션 느낌도 가능하다.
거기에 꽤 재밌는 기능들 특히 내가 좋아하는것들이 많은데 이걸 이사이즈에 꾸겨넣고 심지어 소리도 좋다.

이미 난 여기서 한물간 대기업일지라도 그 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 DOD의 모기업인 Digitech(와미로 유명한 거기 맞다.)을 콜텍(콜트기타 거기 맞다.) 이 인수했다는데 DOD도 다시한번 도약할 수 있을지도?


싸고 좋은건 없다지만, MXR에는 다 그렇진 않지만 일부 제품엔 해당사항이 없을지도 모른다.
다시한번 이 '저렴하고 좋은' 페달을 진작에 쓰지 않고 헤매다 이제서야 쓰게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조지 트립스가 참여한 MXR의 제품들에 다시한번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칭 부티크 업체/빌더들은 BOSS MXR 같은 큰형님들 보면서 진짜 제발 정신 좀 차리자.
나름 수제라면서 공장서 찍어내는(?) 대기업 제품보다 가격은 배 이상 비싸면서 소리는 더 구리면 진짜 문제 있는거다.

특히 돈독올라서 잽싸게 대기업처럼 잔꾀부려 찍어내려는 개수작들좀 부리지 마라.
제발 부탁이다.

댓글 4개:

  1. 블로그 관리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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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수로 조작을 잘못하여 원 댓글이 삭제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미니와의 사운드 차이는 개인적인 생각으론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배터리 공간 유무의 차이로 보는게 맞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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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카본 카피에 대한 평가가 저와 비슷하시군요. 탭템포가 없어서 사용을 꺼리게 되는데, 어쩐지 그 소리가 가끔 떠올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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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사실 이런 제품은 딱 탭템포 맞춰서 쓰기보단 대충 3~400ms 로 쓰는 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가격 생각하면 이만한 제품도 정말 없는거 같아요. 가격 떠나서 참 좋은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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