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인지도가 아무래도 덜하지만
해외에서는 그 퀄리티를 인정받는 브랜드가
'Jam Pedals' 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 제조사인데 진짜 환자 냄새가 물씬 풍긴다.
특히 요즘 아날로그 BBD칩을 이용한 딜레이를 만드는 회사는 여기가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다. 빈티지 바이브를 표방하는 제조사들 중에선 거의 탑급이라고 생각한다.
Delay Llama Xtreme & Delay Llama V1
진짜 외관만 봐도 범상치가 않은게 '이사람들은 진짜다'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건축도장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으로써 말하자면, 저거 하나하나 마스킹 달리 해가며 에어 스프레이로 뿌리는건데 품이 장난아니게 들어간다. 실제 영상 봐도 그렇다.
페인팅 전담 인력을 따로 두고 있을거라 강하게 추정.
누군가는 '저거 다 가격에 반영될텐데 저딴짓 하지말고 좀 싸게 팔아라!' 라고 할텐데, 저게 다 아이덴티티고 저렇게 케이스에 힘주는 곳 치고 페달 대충 만드는 곳 없다.
오히려 케이스가 조잡할수록 내부도 조잡한 만듦새를 가졌을 확률이 높으면 높았다.
외관 이야기는 이쯤 하고, 오늘 포스팅의 큰 주제는
'익스트림을 먼저 쓰다가 V1으로 갈아탄 썰'
정도 되겠다.
첫 구입은 역시 Delay Llama Xtreme 이다. 4가지의 익스트림 모드(Vibrato, Tape-Age, Random, Pitch-Shift) 와 4개의 프리셋 저장이 가능한 아날로그 딜레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익스트림 리뷰를 위한 글이 아니라 이 제품에 대한 내용은 아래 동영상으로 대체.
나같은 사람들 꽤 있을테지만 나도 페달을 사면 내부를 열어보는 습관(?) 이 있는 사람중 하나다. 회로 지식 하나도 없는데 그냥 조립된거 보면 괜히 기분 좋아지는 그런게 있다고 해야할까.
이것도 그냥 호기심에 열어봤는데 무언가 발견하게 된다. 아래 사진을 보자.
몇몇 부품이 다르다?
기판 색상도 다르긴 한데 이건 크게 중요하진 않고, 우측 하단에 보면 버전이 기록되어 있는데 공홈은 1.0 내껀 1.3이다. 최소 3번정도 소소한 변경이 있었다는것.
트림팟이 바뀐건 둘째치고 내가 주목한 부분은 주황색 필립스 캐패시터다. 컬러사운드에서도 쓰이고 성능 좋기로 유명한 부품으로 알고있다. 가격이 많이 비싸졌다고 한다.
1.0에는 필립스 캐패시터가 쓰였던 부분에 1.3에서는 전부 흰색 박스캡으로 대체되어 있다.
아래는 버전 1.0 의 다른 제품.
두 개 남기고 나머진 전부 흰색 박스캡으로 대체.
이걸 보고 바로 떠오른 생각은
잼페달도 시기를 거듭하면서
부품 교체가 있어 왔으며
초기와 후기버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라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제조사에서도 상품 설명에 꼭 덧붙이는 내용이 '모든 제품은 예고없이 부품, 사양 등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라는 문구이다. 게임 용어로 이야기하면 '잠수함 패치' 라고 하는 그것.
던롭 퍼즈페이스만 봐도 꾸준히 부품갈이가 있어 왔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부품이 단종됬거나, 아니면 원가절감 두가지 뿐이다.
여러 제조사에서 기존 제품들을 단종시키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인기가 없어서 단종되는 제품도 있지만 인기있는 페달인데 단종됬다? 뻔하다. 핵심 부품 단종이나 제작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수익성이 나쁘거나 세 가지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베타 테스트 마냥 처음에 제품을 대충 내놓고 점점 다듬어가는 그런 제조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거의 대부분 초기버전에 모든걸 갈아넣는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모든 제조사가 그렇듯이 어느정도 사업이 안정궤도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점차 원가절감을 하게되는 과정이 잼페달에도 동일하게 있어왔다 라고 생각이 든다.
즉, 부품 변경으로 인한 소리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라고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물론 제조사도 바보는 아닌지라 되도않는 원가절감 하다가 소리가 개판이 되면 안되니 최대한 비슷한 소리가 나는 대체 부품을 사용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차이는 존재할 것이고 원래보다 소리가 더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당연한 이야기인게 원가절감이 목적인데 더 좋은 부품을 썼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도 땅파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엄연히 사업인데 수익 극대화, 이해한다.
이 가설을 검증(?) 하기 위해 지금은 단종된 Delay Llama V1 을 구입해 보기로 한다.
출시된지 좀 된 제품이라 나름 땡처리들을 하고 있어서 스쿨뮤직에서 구입 후 테스트... 결과는?
일단 내가 구입한 V1의 내부 사진을 먼저 보자.
내것도 V1 중엔 후기버전으로 추정하는게 기판이 비교적 깔끔한 붉은색이다. 완전 잼페달 초창기엔 기판이 좀 다르다.
역시, 앞서 언급했던 주황색 필립스 캐패시터가 쓰였다.
이게 진짜 원가절감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게, 필립스 캐패시터가 많이 비싸졌고 대체 부품으로 쓰인 흰색 박스캡과 비교했을때 꽤나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소리 면에서도 필립스 캐패시터가 우세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빌더가 동의하는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소리는..... 역시 다르다.
딜레이 라마 제품군이기에 기본적인 베이스는 동일하다. 크게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리핏 부분이다. V1이 좀더 다크하고 질감이 두터운 느낌이다. 좀더 테잎 새추레이션 뉘앙스라고 느껴진다.
반면 익스트림은 밝은듯 하면서 살짝 얇게 빠진다.
익스트림의 경우 첫 리핏 다음에 오는 리핏 볼륨이 좀 급격히 떨어지는 감이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첫음만 좀 크게 들린다. 내것만 그런가 했는데 유튜브를 쭉 보니 이게 그냥 익스트림 특성 같기도 하다. V1은 상대적으로 테잎 리핏같이 완만하게 떨어진다.
이로 인해 두 제품이 클럭 노이즈(맥박 뛰는 듯한 소리) 구간에 진입하는 시점이 좀 다르다. 익스트림이 좀더 리핏 후 클럭 노이즈가 빨리 온다. 리핏이 몇번 반복하지 않았는데 금방 클럭노이즈가 발생한다.
V1이 좀더 리핏의 지속성이 좋다고 느꼈다. 익스트림은 좀 반복하다 공중에 금방 흩어지는 느낌이다.
새삼 BOSS DM2 가 진짜 명기구나 싶다.
내 생각이 맞았다.
리미티드 에디션 제외하고
잼페달도 초기버전이 좀더 좋다.
물론 익스트림이 다양한 기능과 영감을 제공하는 좋은 페달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조차도 쓰면서 아날로그 딜레이의 제일 진보한 형태라고 느꼈으니 말이다.
두 제품의 최대 타임도 다르긴 하다. V1은 600ms, 익스트림은 800ms 로 익스트림이 더 길다.
그렇지만, 순수 딜레이 성능만 놓고 봤을때 나에겐 V1이 모든 면에서 더 좋다고 느꼈다.
의외로 Delay Llama Xtreme 은 신스 유저들이 쓰면 좋아할 요소들이 많다고 느낀다. 확실히 창조적이고 영감을 이끌어내는 페달임은 확실하다.
여담으로 풋스위치 관련해서 V1은 3PDT 스위치, 익스트림은 릴레이 스위치를 쓰는데 릴레이 스위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이점도 익스트림에 감점요소.
릴레이 특성상 온오프할때 파핑을 제거하기 위해 아주 짧은시간 동안 신호를 뮤트하는데 이게 은근히 거슬린다. 짧은 시간이지만 온오프 할때마다 소리가 칼집 내듯이 뚝 끊어지는 느낌이다.
정리하자면,
순수 딜레이 성능은 V1이 더 낫다.
익스트림을 단순 딜레이로만 쓰기엔
매력적인 부가기능들이 아깝다.
잼페달도 역시 초기버전이 낫다.
쓰다보니 익스트림을 까는 내용이 됬는데... 좋다. 솔직히 많이 좋다. 대체 제품이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순수히 아날로그 딜레이로만 사용할거면 좀 가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내가 딱 그랬다. 좀 써보니 익스트림 모드나 프리셋 등이 나에게 별로 필요하지 않더라.
몇몇 잼페달 제품 쓰고 있는데 잘 만드는 것 같다. Harmonious Monk 를 만족하며 사용 중이고 Ripply Fall 도 구입했다. 특히 리플리 폴은 기대가 좀 크다 ㅎㅎㅎ
그리고 Delay Llama V1 이 꽤나 만족스러워서 이것도 궁금하다.
V1 에 Hold 스위치가 추가된 버전인데 유튜브에 영상이 많지는 않다. 근데 다 V1과 비슷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풋스위치로 인피니트 리핏이라고 해아하나 셀프 오실레이션을 제어할수 있는걸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한다. 익스트림에서도 그랬고 볼란테도 그랬다.
불경기인데... 좀만 참아야겠다 ㅎㅎㅎㅎ
안녕하세요 글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딜레이 사용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는데 보통 솔로하실 때 어느정도 세팅을 두고 사용하시나요?
답글삭제점8에 나름 얕게 건다고 걸어도 막상 녹음해서 보면 딜레이가 과하게 느껴질 때가 많더라구요. 에코테잎? 모드도 소리 자체는 너무 예쁜데 솔로에 잘 스며들지 않는 느낌도 듭니다 물론 제가 세팅을 잘 못해서 그런거겠지만요
딜레이 라마 익스트림의 경우 탭템포+음표도 설정 가능한데 연주하실때 보통 어떤 세팅으로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삭제우선 개인차는 있겠지만, 저는 딜레이 레벨은 약간 작게 대신 리핏을 많이 주는 세팅을 즐겨 씁니다.
개인적으로 원래 탭템포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보통 300ms~480ms 사이에 세팅해놓고 사용하는 편입니다. 자연스러운 에코 느낌을 연출할 수 있거든요.
만약 이게 너무 에코 스럽고 딜레이를 좀 묻히는(?) 식으로 연주해야 한다 하면 점8분보단 8분이나 4분으로 놓고 곡 템포에 맞춰 탭템포를 밟아주는 식으로 사용합니다.
점8분으로 해놓고 탭템포로 bpm을 세팅하면 아무래도 딜레이 여음이 두드러지게 들릴 거에요. Dotted 주법 등을 연주해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