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4일 목요일

Colorsound Hybrid One Knob Fuzz Box 'The Toxic Avenger'

컬러사운드 하이브리드 원노브 퍼즈박스를 구입했다.


런던의 Macari's 에서 구입했고 열흘쯤 걸려 받았다.
역시 원놉퍼즈와 컬러사운드 하면 Macari's 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가 없다.

1958년 Larry Macari와 Joe Macari 형제에 의해 설립된 런던에 위치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악기점이다.
지금도 그의 아들들인 Anthony Macari와 Steve Macari 두명이 2대에 걸쳐 운영중이다.

얼핏 보면 그냥 흔한 지역 악기점 아니냐? 라고 할수 있지만, 퍼즈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Gary Hurst가 1965년에 마카리스에서 제작한 페달이 Solasound Tone Bender MK1이다. 이후로 MK1.5와 MK2를 포함한 톤벤더가 Solasound와 Colorsound 라는 이름으로 모두 이곳에서 생산되고 판매되었다.

솔라사운드와 컬러사운드의 모회사이며 지금도 솔라사운드, 컬러사운드 톤벤더라는 명칭은 마카리스의 독점 권한이라고 한다. 해서 다른 복각 클론 생산품들은 톤벤더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다.(못한다가 정확할듯)
단, JMI 같은 경우 톤벤더 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아래 내용을 참고하면 될 듯 하다. (British Pedal Company는 별 연관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쓰고 있는건지 의문)

원놉퍼즈 같은 경우엔 Dick Denney 라는 엔지니어가 최초로 고안해 냈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의 왼쪽이 Dick Denney

당시 딕 데니는 Vox의 모회사인 Jennings Organ(후에 JMI로 불리우는 회사의 전신)에 엔지니어로 재직 중이었는데 이때 같이 개발한 제품이 불세출의 명기 Vox AC15, AC30이다.
사실상 VOX라는 브랜드가 딕 데니 덕에 탄생한 브랜드이다.

이때 최초의 2TR 서킷도 같이 개발했고 나름 제품화가 되었는데 동일한 서킷인지는 자세히 모르겠다.
시기상으로 톤벤더 MK1.5보다 빨랐던거 같은데 확실한 정보는 아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딕 데니, 게리 허스트, 래리 마카리 이 세 인물 모두가 Vox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란 것이다.
래리는 58년에 회사를 떠나 Macari's Musical Instruments를 설립하였고 게리 허스트 역시 Vox의 수석 디자이너 였다가 퇴사 후 65년에 마카리스에서 톤벤더 제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VOX의 직원 복지가 많이 지옥같았나 보다.

대충 연대기를 보면 65년에 MK1, 66년에 MK1.5와 MK2가 나오고 비슷한 시기에 Arbiter Electronics에서 Fuzz Face가 발매되었는데, 퍼즈페이스의 경우 톤벤더 MK1.5의 복제품이라 보는것이 정설이다. 소소한 수치의 변화가 있었는데 어차피 게리 허스트가 저작권 등록을 일부러 안했기 때문에 카피도 상관없었던 모양이다.

복스 톤벤더도 사실상 MK1.5의 카피인데, 여기에는 약간 어른의 사정이 끼어있었던 모양이다.
당시 VOX의 미국 총판을 맡고 있던 회사가 Thomas Organ인데, 어지간히 영국 깍쟁이들에게 로열티를 지급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해서 이탈리아의 JEN에 OEM을 의뢰해서 나온 제품이 바로 V828 Vox Tone Bender다.
복스 톤벤더는 솔라사운드 톤벤더 MK1.5의 이탈리안 버전인 셈이다.

최초의 퍼즈는 Gibson Maestro FZ-1 이지만 퍼즈의 대중화에 있어 선봉대의 역할을 맡았던 곳이 바로 Macari's 인 셈이다. 이곳이 있었기에 퍼즈페이스가 있었고 여타 수많은 퍼즈가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다.

이 회사의 모토가 참으로 패기가 넘치는데,

"우리의 사명은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퍼즈 페달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자부심이 느껴진다. 감히 어느 악기점이 저런 패기로운 말을 할 수 있을까? 저런 멘트는 단언컨데 이곳만이 가능할 것이다.

영국 퍼즈의 발원지이자 그야말로 성지, 퍼즈 하면 영국이라는 수식어가 바로 저 구멍가게 같은 비주얼의 마카리스가 이루어낸 위대한 업적인 것이다.

고맙게도 마카리스에선 지금도 질 좋은 퍼즈가 생산되고 있다. 특성상 생산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톤벤더에 있어 엄청난 정통성을 자랑하는 곳인 만큼 이곳 퍼즈의 품질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마카리스 이야기가 잠시 길어졌는데, 사실상 우리가 아는 형태의 원놉퍼즈는 한참 뒤인 90년대에 마카리스와 딕 데니의 합작으로 정식 발매하게 된다.


위 이미지가 오리지널 기판인데 주의할 점이 괴상한 PCB 형태의 원놉퍼즈도 있다는 점이다.
비주얼도 무언가 짝퉁스럽다.

이 버전이 진심 마카리스에서 정식 발매된 제품인지는 불명이다. 허나 확실한건, 외관만 비슷한 말도안되는 아예 다른 물건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거 같지만 이게 정식으로 발매된 제품이라면 흑역사도 이런 흑역사가 없다.
하여튼 지금 신품으로 구입할수 있는 제품은 저런 조잡한 물건이 아니니 안심해도 될 듯 하다.

마카리스 공홈에 오리지널 버전의 원놉퍼즈와 함께 팔던것이 '하이브리드' 버전인 Toxic Avenger 였다.
아주 훌륭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도 있었고 오리지널 버전과 계속 고민을 했는데 마침 품절 된것을 확인하고 미련없이 하이브리드 버전을 구매했다.

사진에 보다시피 2TR로 구성되어 있다. Q1에 BC109, Q2에 BC108로 되어 있는 전형적인 2TR 형태의 퍼즈다.
원놉퍼즈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게 된건 역시 서울전자음악단의 신윤철님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뿐만이 아니라 실리콘 퍼즈임에도 불구하고 게르마늄 같은 부글부글 뜨뜻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진짜 내부 보면 참 단순한 서킷인데 어떻게 이런 멋진 소리가 나오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내가 구입한 톡식 어벤저에 경우 모든게 동일하고 단 하나 BC109 대신 CV7112(Mullard OC140의 군용형번)이 장착되어 있다. 1게르마늄 1실리콘의 하이브리드 퍼즈인 셈이다.
사진속 검정 고무몰딩으로 되어있는 트랜지스터가 CV7112.


네이밍에 관련된 비화가 재미있다.

"이런 퍼즈는 경고를 받아야 한다.
마치 원놉퍼즈가 방사능 유독물질에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은 비주얼.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다.
본래로도 훌륭한 원놉퍼즈이지만 약간의 군용 등급 게르마늄 티알의 도움으로 완전 다른 물건이 되었다.
보세요. 역겹고, 끔찍하다. 영혼을 집어삼키는 것 같다."

라고 Anthony Macari 아저씨가 말씀하신다..... 아래 영상 참고.


개인적으로 하이브리드 퍼즈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진 않다. 예전에 들어봤던 OX Hybrid 같은 경우도 그렇고 이건 게르마늄도 아니고 실리콘도 아니고 어정쩡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겹고 끔찍하다는건 단순히 비유적인 표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제품을 받아보고 연주를 시작한 순간 왜 저런 네이밍이 나왔는지 순간 납득이 되었다.
아 무어라 표현이 안된다. 이름값 한다는 생각뿐. 외관도 무언가 약에 흠뻑 취한 사이키델릭한 외관 하며(단순 약이 아니라 진짜 무슨 손대면 큰일날것 유독물질 같은 비주얼이다) 엄청 풍부하면서도 그로울링한 사운드를 토해내듯 쏟아낸다.
서스테인을 길게 가져갈때 약간 기타볼륨 살짝 줄인 MK1 의 뉘앙스도 조금 있는것 같다.

진짜 오리지널 원놉퍼즈에 약간의 광기를 첨가한 느낌이다. 게르마늄 티알 덕에 한층 두터우면서 엄청 직경 넓은 배수관으로 오폐수를 막힘없이 쏟아내는듯 중독성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부드럽고 풍부하게 토해낸다(?)
30분 정도만 테스트 해봐야지 하던게 정신차려보니 3시간이 지나있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카리스에서 직접 제작을 하진 않고 영국의 유명 빌더 (D.A.M, Castledine, Pigdog 같은) 들이 제작을 담당하고 마카리스 쪽에서는 검수를 담당하고 있는 듯하다.
원놉퍼즈의 제작은 D.A.M이 담당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DAM의 페달에 그다지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진 않다. 저가형들만 테스트해봐서일수도 있지만 요란한데 알맹이가 없었다. 빈 수레 같은 사운드.
마찬가지로 아날로그맨도 좋아하지 않는다. 정반대의 이유인데, 여긴 알맹이는 있는데 너무 얌전하고 심심하다. 모름지기 퍼즈는 좀 불량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공부만 잘하는 범생이 같은 사운드다.

제작자가 DAM이라 살짝 걱정했는데 테스트 해보니 괜한 걱정이었다. 역시 케이스빨인가?
컬러사운드 라는 브랜드명을 달고 나오는 제품이라 그런가 더 신경을 썼을지도 모른다. 마카리스 쪽에서 직접 검수후 내부에 시리얼 넘버와 서명을 새겨놓았는데 내가 페달 빌더라도 마카리 형제가 직접 검수를 한다 생각하면 빌더 인생 전부를 걸고 막중한 사명감으로 제작에 임할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개 악기점이 이정도의 위상과 위업을 이루는게 가능한건가 하는 경이로움마저 든다.

전 세계 50대 한정생산품이다. 사진에 보이다시피 내껀 45번째 생산품이다.
적어도 아직 5대 이하로는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 이 포스팅 보는 분들 보는즉시 사야한다.

진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 정말 정말 대 만족스럽다.



+4월 16일 추가

Macari’s 공홈 Stock Items 에 톡식 어벤저가 사라진 것을 확인, 보통의 다른제품들의 경우 대기목록에 명단 작성 후 재발매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형태인데 상품 자체가 사라졌다.
이 경우엔 두가지인데 단순 사이트 오류거나 생산계획이 없거나(대기목록에 올릴 방법이 없음)인데 단종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을것 같다.

그래도 막차를 탄 것 같아 다행이다.

+4월 22일 추가
사운드 샘플 겸 서울전자음악단 - 서로다른 Solo Cover 영상을 찍어보았다.



댓글 2개:

  1. 안녕하세요! 글 작성 하신거 너무 잘봤습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서로다른 mr 받을 수 있을지 여쭤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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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안녕하세요. 답글 확인이 늦었습니다.
      해당 MR은 원작자의 허락을 별도로 받아야 배포 가능할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직 신윤철님의 허락을 구한게 아니라 별도로 전달해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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