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6일 월요일

합주, 그리고 페달 대격변

거의 7개월만에 올리는 포스팅이다.

코로나 펜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공연업계는 거의 초토화 되었다. 내 주변만 해도 생계 유지를 위해 일용직으로 일하는 사람, 배달 라이더 일을 하는 사람들 등 부지기수다.
이제는 위드 코로나 아니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진짜 굶어 죽거나 본업을 포기하거나 하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암담하다.

물론 그런 상황은 나도 마찬가지다. 처음 강화로 이사하고 나서 갑자기 변한 환경에 아내가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 아내의 제안으로(무언가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했을것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작은 잡화점을 열어 운영한지 이제 곧 2주년이 되어가는데 이게 우리의 생계를 책임져주게 될줄은 아내도 나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작은 가게가 아니었으면 진짜 기타는 손에도 못대봤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아무튼, 그런 물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방역지침 완화로 공연 일정들이 한두개씩 생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1년 반정도 만에 멤버들이 모여 합주를 하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었다고 생각했던게 이렇게 귀중한 것이었을 줄이야.

아래는 합주때 사용한 페달들.


무언가 많이 바뀌어 보인다면 기분탓이 아니다…
내가 나음 생각하는 핵심 페달들을 제외하면 거의 다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대격변의 계기가 된 페달들이다.
위에부터 차례대로 Feelstar Fuzzstar, T-Rex replicator, Feelstar Feel Bender 이다.

플레이어마다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엔 몇년 주기로 페달들 대격변이 이루어지는 편이다.
지향점이 바뀌어서라기 보단, 기존 지향점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일종의 여정이라고 보는 부분이 맞는거 같다.
세상이 변하고 기술도 발전하고 좋은 페달은 쏟아지니…

퍼즈스타는 익히 알고 있는 Fuzz Face Clone이다. 제작 단계에서 TR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빌더의 추천도 있었고 나도 궁금했던 BC109로 선택하였다.
인클로저가 Mosrite Fuzzrite를 연상하게 하는데, 실제로 이 브랜드의 첫번째 제품이 Fuzzrite 클론이다. 인클로저를 공유한다고 한다.
필벤더는 외관에서 알 수 있듯 Tone Bender mk1 클론이다. 오리지널은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그냥 수량이 절대적으로 적다), 잘 만들어진 클론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종류의 퍼즈다. 주저없이 필스타의 제품을 선택한 계기가 된 페달이다.
소리는 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특히 필벤더는 상당히 라우드라고 말리는 뉘앙스가 아주 훌륭하다.
Feelstar 라는 브랜드가 생소하실 분들을 위해 차후에 따로 정리하여 포스팅할 예정이다.

T-Rex Replicator의 경우 Strymon Volante 구입에 앞서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제품이다. 가격이 사악해서 포기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저렴해졌고 이가격에 리얼 테잎에코를 쓸 수 있다면 땡큐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블루다이아의 기타리스트인 이정훈님이 올리신 리플리케이터 리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였다.
아래는 이정훈님의 리뷰.

사용법이 쉽지는 않다. 스윗스팟 찾기가 살짝 까다로운 편. 아직 좀더 익숙해져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까다로운 만큼 사운드는 환상적이다. 볼란테도 아주 만족하면서 썼고 잘만든 페달임은 분명한데 사운드의 두께와 질감 부분에서 어쩔수 없는 간극이 있다. 리플리케이터의 압승.
단점이라면 크기와 무게? 근데 페달은 일단 커야 간지도 나고 소리도 좋다고 생각한다. Moog Phaser 를 끝까지 가지고 있고 보드에 장착한 이유기도 하다.
이것도 차후 포스팅 예정.

사실 이런 클론 류의 페달들에게 오리지널과 똑같은 뉘앙스를 기대하는건 솔직히 어불성설이다.
특히 퍼즈는 회로가 단순하다. 단순한 만큼 빌드 품질과 부품의 퀄리티 선별 그리고 빌더의 역량 등에 의해 사운드가 좌지우지되는데 같은 년도에 제작된 오리지널 퍼즈페이스 끼리도 소리가 다른데 요즘 나오는 클론들에게 동일한 사운드를 기대하기엔 어폐가 있다.
오리지널이 필요하면 그냥 오리지널을 구입해야한다.

제작자들도 그걸 알기에 자사 제품들이 절대 오리지널과 100% 똑같습니다! 라고 광고하지 않는다. 위험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같을 수가 없다.
다만 오리지널 대비 99%가량의 뉘앙스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기껏 해봐야 오리지널의 구성요소(NOS부품 등)와 동일합니다 라거나 가장 완벽한 재현입니다 정도의 문구만 삽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이 아닌 클론을 사용하는 이유는, 일단 오리지널의 넘사벽 가격도 있지만 어느정도 퀄리티가 충족되면 감안하고 사용하는 측면이 크다.

만약 오리지널과 다르지만 그 나름대로 훌륭한 사운드의 클론이 있다 치자. 그 페달은 오리지널과 다르니 후진 페달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광고를 오리지널과 차이가 없습니다! 이렇게 한거면 구린 페달 맞다. 이건 감안할 여지가 없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클론에게 오리지널과 동일한 사운드를 기대하는거 자체가 넌센스다. 클론 나름의 매력을 인정하고 즐길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99% 비슷하면 아주 훌륭한 클론인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면 사용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느정도 타협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시 말하지만, 난 오리지널을 원해! 하면 오리지널 말곤 답이 없다. 실제로 기타리스트 중 이런 분들이 주변에 제법 있고, 그분들은 오리지널만 사용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사운드를 내주는 악기는 오리지널밖에 없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잠시 다른데로 샜지만, 리플리케이터는 페달보드에 장착할 계획이었고 필스타의 두 퍼즈들은 애시당초 보드 밖에서 놓고 쓸 계획이었다.
필스타 제품들이 소리가 워낙 좋다보니 기존에 세팅되있던 드라이브나 퍼즈들을 상당수 걷어낼 수 있었다.
아래는 대격변 이전 세팅된 페달들. 따로 포스팅도 했었다.
여기가 끝일줄 알았지만 악기의 세계에 끝이 있기는 한것일지…


https://moogfuzz.blogspot.com/2020/07/2020-new-pedalboard-greed.html?m=1

거의 좌측 페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체가 이루어졌다. 나도 막상 사진으로 보니 실감이 난다.
애정하는 DS-2(MIJ)는 필요할때 꺼내쓰기로 하고 오랫동안 모셔놓고 녹음때만 간간히 꺼내썼던 Moog Phaser를 장착하였다. 거의 10년가량 사용했지만 다시들어도 소리는 훌륭하다 ㅎㅎ
페이저 리뷰는 지난 포스팅 참조.

대격변은 현재 진행중이다. 맨위 보드는 아직 과도기 단계.
현재 ChaseTone Fuzz Fella 와 Universal Audio 의UAFX Golden Reverb를 기다리는 중이다.

퍼즈 펠라의 경우 한상원 교수님이 나에게 추천해주셨다. 
한상원 교수님이야 말로 위에 언급한 오리지널 아니면 안되는, 오직 오리지널의 사운드를 추구하시는 분이다.
오리지널 퍼즈페이스도 2대 소유하고 있으시고(알기론 NKT275, BC108C. 그저 부러울 뿐ㅠ) 퍼즈에 있어선 국내에선 물론 대표님과 더불어 가장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교수님의 컬렉션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박물관 수준의 오리지널 컬렉션을 자랑한다. 기타는 물론이고 앰프까지.

대학 시절부터 교수님께 배우고 연주를 봐온 바 그분이 추천하는 악기들 자체가 일종의 보증수표와 같은데 의외로 가격도 저렴한 이 페달을 그 수많은 퍼즈들 중 추천하셨기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오더를 넣었다. 현재 배송중이다.

CHASE TONE® FUZZ FELLA™ -BLUE BC108C

Golden Reverb의 경우 UA에서 이제는 페달까지? 하는 의문 반 경외심 반 가지고 있었다.
사실 Strymon의 Flint 를 생각했었는데 볼란테를 사용해보고 느낀 스트라이먼 특유의 바이패스 사운드가 맘에 들지는 않았어서 고민이 되고 있었다.

이미 전 세계 프로 오디오 산업에서 이만큼 대성공한 브랜드도 없었고 이미 검증된 사운드 퀄리티에 국내외 리뷰들을 찾아보니 상당히 좋다는 유저들이 많아서 이번에 큰맘먹고 구입을 결심했다.

UAFX Golden Reverbrator

추가로 구입을 고려중인 Chase Tone Secret Preamp.
오리지널 Echoplex EP-3 의 프리앰프 부분을 페달로 옮겨놓은 제품이다.

에코플렉스의 프리앰프는 특유의 착색감으로 유명한데 그 착색감을 위해 사용하는 페달이다.
비슷한 제품으로는 Dunlop Echoplex Preamp, Xotic EP Booster, Clinch EP-Pre 등이 있는데 특히 해외 포럼에서는 Secret Preamp와 EP-Pre 양강 구도로 갈리는 느낌이었다.

근데 외관도 중요시하기에, 체이스톤의 저 해머톤 피니쉬는 거부할 수 없고, 초기와 후기 이큐 대역을 토글로 간편하게 세팅 가능하게 해놓은 저 세심한 부분까지 맘에 들어서 구입이 심히 고민된다.
역시 소리도 중요한데 일단 예뻐야 한다 ㅎㅎ

CHASE TONE®  SECRET PREAMP™


연주자에게 있어 연습은 당연히 중요하고, 끊임없이 사운드에 대한 연구는 게을리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벌인 대격변은 특히 그런것 같다. 좋은 기타 사운드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달까.

각각의 페달들은 곧 다음 포스팅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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