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격변에 여정중 거쳐간 페달들이 몇 있는데, 그중 한 페달.
FastFx Preamp C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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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특정 뉘앙스를 내주는(착색감) 페달들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그중 하나였다.
이전에도 언급한 EP-3 프리앰프 라던지 하는것들.
이 페달은 전설의 Boss CE-1 Chorus Ensenble 의 프리앰프 부분만을 떼온 페달이다.
사실 예전 이펙터들 중에 Input Level 등의 노브가 존재한 것들은 자체 프리앰프(증폭단)이 있는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딱히 일렉트릭 기타 전용으로 나온 제품들이 아니고 베이스 혹은 키보드 보컬들도 사용하는 그런 물건들이었기 때문이다.
CE-1도 그렇고 Echoplex는 물론이요 EHX Memory Man 이나 Roland Space Echo라던지 하는것들.
이런 류의 제품들을 즐겨 사용하고 유명해진 기타리스트들의 사운드는 당연히 일종의 시그니처 사운드가 되었는데, 기타리스트 본인들이 의도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제품들의 프리앰프 색채가 가미된 사운드였다.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시그니처 사운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뭐 사실 빼고 싶었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예로 CE-1을 쓰고 싶은데 프리앰프를 거치는게 맘에 안드는데? 빼버릴까? 가 불가능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런 요소들을 후대의 기타리스트들과 빌더들이 귀신같이 캐치해내서 마케팅 포인트로 삼기 시작한다.
이런류의 가장 유명한 종류는 단연코 Echoplex EP-3 일 것이다.
사실 마냥 상술만은 아닌게, 과거 명기들의 프리앰프 부분을 복각한 물건들이라 실제 사운드에 변화가 생긴다.
이런 페달들의 일종의 특징이랄까 부스트 폭이 크지 않고 유니티레벨을 어느정도 유지하면서 미묘하게 특정 레인지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바로 전 포스팅에 언급한 Chasetone Secret Preamp 같은 것들 말이다.
Chasetone Secret Preamp
CE-1 의 프리앰프 카피 페달도 이런 기조하에 출시된 페달들이다. CE-1 을 사운드의 핵심 요소로 사용한 기타리스트들의 특정 사운드를 포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무래도 EP-3 Preamp 페달에 비해 약간은 마이너하지만 분명 이쪽도 수요가 있다.
Boss CE-1 Chorus Ensenble
CE-1 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기타리스트로는 대표적으로 John Frusciante 가 있다.
RHCP의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중 하나.
John Frusciante
흔히 프루시안테의 사운드 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들로는 Boss DS-2 와 MXR Micro Amp 등이 있지만 의외로 CE-1 특유의 바이패스 사운드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간과하기 쉽다.
이 것이 있어야 비로소 프루시안테의 사운드에 성큼 다가갈 수 있다.
본인 소유의 Boss DS-2. 보드 가운데. Made In Japan
사족이지만, 일제 DS-2의 사운드는 상상 이상으로 좋다.
커트코베인도 DS-1과 더불어 애용했을 정도로 프루시안테와 코베인의 팬이라면 필히 가져야할 페달이다.
타이완도 좋긴 한데, 둘다 써본 바로는 일제가 더 낫다. 타이완은 뭔가 좀 먹는듯한 소리를 가지고 있다.
가격도 일제 DS-1에 비해 저렴하다. 개인적으론 일제 DS-1보다 일제 DS-2 의 터보1 모드를 좀더 선호한다.
DS-2 의 자칫 퍼지는듯한 특유의 사운드가 있는데 (특히 프루시안테의 세팅은 터보2 모드에 모든 노브를 풀로 세팅하는게 정석이다. 이러면 미드하이가 적당히 살아나는데 살짝 쏘는 감과 퍼지는 감이 있다.) 이걸 더 빡빡하고 크리미하게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게 바로 CE-1이다.
정확히는 CE-1의 내장된 프리앰프 섹션이 그렇다.
다만 출시된지 워낙 오래되었기에 컨디션을 장담할 수 없고, 110v에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이런 페달을 보드에 올리기는 상당히 힘들다는 점이 있다.
그리하여 작은 사이즈의 CE-1 Clone을 제작하려는 빌더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죄다 Frusciante 의 광팬이고 그의 사운드 재현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덕질이 직업으로 발전한 케이스랄까?
CE-1의 프리앰프 섹션이 프루시안테 사운드의 핵심이라는걸 빌더들이 처음부터 알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제작과정에서 어 이거 뭔가 다른데? 하고 깨달았을지도?
CE-1 프리앰프 페달들도 이런 클론 제작과정에서 얻어걸린 하나의 부산물 같은 물건일지도 모른다.
일단 아래 영상을 한번 보고 가자.
전달하고자 하는 점을 잘 담아낸 영상이라 생각한다.
실제로도 딱 저런 변화를 보여준다.
프루시안테 같은 경우 페달 체인 끝에 항상 CE-1이 있었다. 여기에서 스테레오 아웃으로 하나는 마샬 주빌리, 다른하나는 마샬 메이저로 연결한다.
당연히 프리앰프 뉘앙스가 고스란히 들어갈 수 밖에 없고, 이것이 프루시안테 바이패스 사운드의 핵심 요소다.
본인 소유 PastFx Preamp Crunch
조작부는 심플하기 그지없다. 오리지널과 동일하게 Input Level 노브, 하이와 로우 임피던스를 선택할 수 있는 토글 스위치, 그리고 오리지널에는 없는 자체 버퍼 온오프 토글 이게 끝이다.
저 버퍼 부분을 좀 짚고 넘어가야 할게, 오리지널의 경우 하이 임피던스일 경우에 앞단에 버퍼 등이 없을 경우에 높은 임피던스로 인해 상당히 먹먹한 소리가 나왔었다.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온오프 가능한 자체 버퍼를 내장하고 있다.
물론 앞단에 다른 버퍼가 있다면 꺼도 상관없다. 켜도 되는데 미묘하게 소리가 좀 밝아진다.
정상적으로 버퍼 등으로 임피던스 매칭이 되었다는 가정하에 high 토글이 좀더 밝고 레벨이 커질수록 클리핑이 걸린다. 로우는 미세하지만 좀 더 부드럽다.
대략적인 유니티게인은 로우 기준 2~3시 사이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류의 페달들은 특정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프리앰프 크런치의 경우도 역시 그렇다. 어딘가 들어가고 어딘가 빠지고 하는 느낌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전체적으로 미드레인지 부분으로 살짝 모아서 그부분을 눌러놓은? 약간의 컴프감이 생기고 초고역대가 살짝 감소하는 느낌이다.
앞단에 드라이브 페달들을 연결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명확히 느껴진다.
DS-2 와의 매칭 시 진짜 이거다 싶었다. 아 이게 진짜 핵심이었구나 싶더라.
위의 영상처럼 원래도 미들이 튀어나온 느낌이 있는데 프리앰프 크런치를 거치니 그 느낌이 배가되며 듣기싫은 초고역대는 적당히 다듬어진다. 더 쫀득해지고, 더 응집력있고 옹골찬 프루시안테의 그 갓 뽑아낸 터보장착 가래떡 같은 사운드가 쏟아진다. 가래떡이라는 표현밖에 달리 생각나는게 없다 🙂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격변에서 살아남지는 못했는데 이유는 DS-2와의 매칭’만’ 좋았다는 점이다.
특히 퍼즈들과 매칭했을때 뭔가 지나치게 로우파이 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이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필벤더와의 매칭이 별로였는데, 그 특유의 호방하고 라우드한 사운드에 미들이 눌려서 뭔가 KF94 마스크 두겹정도 씌워놓은 듯한 사운드가 나와서 좀 황당했다.
궁합이 확실한 페달이다. 결론적으로 나같은 경우 DS-2 와만 사용할수 있다는 선택지 뿐인데 DS2를 보드에서 내렸으니…
근데 다시 말하지만, DS2와의 궁합은 가히 최상급이다.
실제로도 이 페달을 구입하는 주요 고객들은 아마 거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프루시안테의 팬들일 것이다. 그런 플레이어들 한정으로 이 페달은 필수로 있어야 할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대격변에서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에 중고로 내놓긴 했는데… 안팔리면 가지고 있어볼까 한다 🙂
지금 페달보드 어떨지 기대됩니다 ㅋㅋ
답글삭제안녕하세요. 답변이 늦었습니다.
삭제조만간 페달보드 근황도 올릴 예정입니다. 많이 바뀌긴 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