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도 이야기 했었지만 강화로 이사온지 이제 대충 3주 즈음 되어 가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뭐긴 뭐야 서울 집값이 비싸서지 ㅎㅎ) 나와 하원양을 모두 만족시키는 공간의 집을 발견해서 좀 많이 무리를 해서 이사를 결정하기로 했었다.
마침 거주하고 있던 서울 월셋집에서도 계약 갱신을 기해 월세를 인상한다고 통보해 왔기에 '기왕 이사하는거 빨리 가자' 라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아마도 그 건물주(지난 대선때 우리보고 홍준표 찍으라고 강력하게 이아기했었다 ㅎㅎ)는 우리가 오래 살기도 했고 딱히 갈 곳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패기 있게 월세를 올린 것 같았지만 그 판단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판단이었으리라.
애석하게도 그 통보가 오기 3주 전에 우리는 현재 이사 온 집의 잔금을 막 치르기 직전이었다.
단칼에 "그럼 방 뺄게요 ㅎㅎㅎ" 라고 하니 약간 당황한 듯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많이 올린 것 같아^^;" 라며 월세를 깎는다. 이미 늦었어요 이 양반아^^
이사 당일날에도 괜히 와서 온갖 진상으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이사를 잘 마쳤다. 왜 건물주들은 항상 계약이 종료되고 집을 뺄 때가 되면 하나같이 진상짓을 하는걸까?
깨알같이 이삿짐을 다 옮기자 마자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 이사를 도와주신 용달 사장님께서 "이사하고 비오면 잘 산다더라." 라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를 해주셨다. 괜히 기분은 좋았다.
집을 볼 떄도 그렇고 손댈 곳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쉬엄 쉬엄 고쳐나가면 되지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사를 온 우리에게 첫번째 시련이 닥쳐왔다.
바로 온수가 안나오는 상황이었다...
이게 바로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양열 온수기. (출처:테스에너지) |
이 건물은 어찌보면 흔한 시골 풍경일수도 있는 태양열 온수기가 설치되어 있는 그런 집이었다. 막연하게 태양열을 보면 '저걸로 발전을 하나? 전기세 엄청 아끼겠다!' 라는 생각이었지만 사실 대부분의 농가에 설치된 것은 단순히 온수기였던 것이다. 판넬 위에 건전지 같은 물탱크가 있으면 백퍼센트다.
어쨌든, 온수값 굳었다 라며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온수가 안나온다... 덤으로 심야전기 차단기까지 같이 떨어지는 현상이!
해서 이사 오자마자 목돈을 들여 태양열 온수기(정확히는 집열부만)교체를 결심하게 된다.
사실 사진상의 판넬형 온수기는 판넬 안에 열매체(부동액)가 있는 형태인데 이것을 못해도 3~4년에 한번씩은 싹 빼내고 새로 교환을 해줘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열매체 누수가 생겨서 판넬 사망->태양열을 받아도 물을 못데움(자매품 히터 사망)->온수 안나옴 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거 설치하면 보일러 급탕 때지 않아도 평생 펑펑 온수 쓸수 있다니까요?" 라는 말만 입에 침이 마르도록 했음이 분명하다.
무슨 무안단물도 아니고, 원자로 연료봉도 30년에 한번씩은 교체하는 마당에 ㅎㅎㅎ
우리집 태양열도 같은 원인으로 인해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사실 모든 장비, 기기들은 자체의 성능이 좋아도 끊임없이 관리를 해주어야만 오래 쓸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능만 믿고 관리를 하지 않으면 뭐든지 머지않아 고물이 되고 말 것이다.
이미 설치한지 거진 20년이 다 되어가는 집이었고 교체할 때가 되었다지만, 전에 사시던 주인들도 그렇고 조금만 신경써서 관리 했으면 판넬이 손상되고 히터가 파손되는 상황을 피해 조금 더 오래사골까지 뽑아쓸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화창한 날에는 태양열 만으로도 온수를 감당할 수 있고 설령 흐린 날이라도 보조열원으로 심야전기를 사용해서 물을 덥히는 지금 생각해도 엄청 친환경 저유지비(?) 온수기 인건 맞다.
브랜드는 국내 태양열 산업의 선구자 격인 강남태양열.
한때 야간에 남아도는 잉여 전기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나온 심야전기. 이때 당시만 해도 가정용 전기에 비해 말도 안되게 싼(거의 거저 수준)가격을 자랑했었고 무한한 동력원인 태양열을 심야전기와 접목해서 사실상 유지비 제로, 사용료 제로의 친환경 온수기 라고 대대적으로 시골 농가에 홍보하고 정부 보조금도 마구 뿌려대서 너도나도 설치했었다고 한다. 자매품 심야전기보일러 까지.
심야전기가 엄청 싸다는것도 이제는 비록 옛말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가정용전기에 비해 근소하게나마 저렴한건 맞고, 어찌보면 날씨에 심하게 좌우되는 열원인 태양열을 보조해주는 보조열원으로는 이만한게 없지 않나 싶다.
하지만 90넌대 중반 2000년도 초반에 너도나도 설치하던 태양열 온수기가 최근들어 뭔가 시원찮다는 말들이 다수의 농가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태양열 그거 쓸 게 못되. 안쓰는게 좋아." 라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모든 농가에서 이런 공통적인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뭔가 흐른 자국이 있고 뿌옇게 수증기가 서려 있으며 차단기가 떨어지고 온수가 안나오고...
다 열매체 교환을 제때 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이지만 시골 노인네들이 그런걸 알 리가...
설치 기사들이 침이 튀도록 설명해도 한귀로 듣고 흘렸음이 분명하다. 아니 그전에 설치기사들이 설명은 해줬을까?
이를 수관형 방식이라고 하고 같은 진공관이지만 안에 물 대신 나비 날개 같은 모양의 금속재질 판을 삽입해서 그걸로 물을 데우는 방식이 있는데 이를 히트파이프 방식 이라고 한다.
둘다 판넬형에 비해 저렴하면서 효율이 좋고 문제가 있을시 해당되는 관만 교체하면 되기에 유지비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열매체도 기존의 부동액에서 수관형은 물, 히트파이프 방식은 그마저도 필요없다. 당연히 주기적인 열매체 교체가(정말로) 필요 없다.
요즘 판넬형은 대형 건물 정도에나 시공 된다고 한다.
수관형과 히트파이프 방식도 각자 장단점이 있는데 수관형은 문제가 발생했을 시 관을 하나하나 빼보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히트파이프에 비해 혹한기 동파위험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건 문의 결과 그렇게 쉽게 동파되지도 않을 뿐더러 관이 동파되었다면 애시당초 그 관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크게 걱정 안해도 될 듯 하다.
반대로 히트파이프관은 동파의 위험은 거의 제로인 반면에(관 안에 물이 들어가는게 아니므로) 문제로 의심되는 관을 찾아내려면 모든 관을 하나하나 빼 보아야 한다는 어찌보면 아주 귀찮은 단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수관형에 비해 빠르게 데워지지 않는다는 점도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겠다.
사실 히트파이프로 설치하고 싶었으나... 수관형도 괜찮다는 말에 한번 믿어보기로 하고(사실 나비집열판이 더 비싸기도 하다.) 설치를 의뢰했다.
수관형이 겨울에 열손실이 좀 있다는데 일단 올 겨울을 보내봐야 알 것 같다.
기존의 판넬을 철거하고 수관형 진공관을 삽입하기 위한 프레임을 설치했다.
떙볕에 엄청 고생하시는 설치기사님^^;
문제의 히터를 떼어내는 중이다. 일종의 물탱크 안에 삽입되어서 날이 시원찮거나 겨울에 보조열원으로 심야전기를 이용하여 물을 끓이는 장치인데 이부분이 파손됬으니 차단기가 계속 떨어지는 것이었다.
누전까지 의심할 수 있는 어찌보면 꽤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여담으로 집열부만 교체하는게 과연 괜찮은지, 위에 물탱크도 같이 교체해야하는건 아닌지 여쭤봤는데 기사님 왈 "이 물탱크가 초기형 모델인데 모든 제품들이 그렇듯 초기에 재료 아끼지 않고 튼튼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게 제일 좋습니다." 라고 하셔서 그냥 쓰기로 했다.
뭔 물탱크도 빈티지인가 ㅎㅎㅎㅎㅎ
어쨌든 탈거하고 새 히터 장착.
히터도 사실상 소모품이라고 한다. 내 생각에도 그렇게 접근하는게 맞는 듯 싶다.
딱히 절대 수명이란게 있다기보단 사용량에 비례해서 그냥 전보다 온수가 덜 따뜻하네? 하면 교체해주면 된단다.
기존에 설치되있던 판넬형 집열판. 철거해서 한쪽에 놔둔 상태다.
예전 농가에 설치된 태양열은 다 이 판넬을 이용해서 온수를 얻는 방식이었다.
자세히 보면 뿌옇게 결로가 낀 것이 보인다.
세월의 흔적... 이라고 하기에는 그냥 설치해 놓고 한번도 안 들여다본 티가 역력하다.
안에 무슨 물 끓인것 마냥 결로가 뿌옇게 차있고 난리도 아니었다.
부동액을 끝까지 안갈고 마르고 닳도록 쓰다가 이렇게 된다고 한다.
판넬 내부에 결로가 끼었다면 그 판넬은 사망한 것이라 보면 된다.
이날도 공사 끝나고 폐기물 처리장으로 직행했다. 그동안 수고했어 ㅠㅠ
기존의 집열판에서 흘러나온 녹색의 열매체(부동액). 뭔가 자동차 냉각수 틱하게 눈에 확 띄는 색으로 만들어져 있다. 누수를 쉽게 확인할수 있게 하기 위해서인가?
이 모든일의 원흉이다. 저것만 진작에 갈아줬어도 한 3년은 더 쓸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제조년월을 확인하는 순간 96년...
그냥 보내드리는게 낫겠다. 너무 아껴도 스크루지 영감처럼 탈 날거 같다.
이러한 진공관이 30개가 설치된다. 꺼내는 순간부터 꽤나 따끈했던게 인상적이었다.
설치 중. 분무기에 세제를 풀어 일종의 윤활제 역활로 사용하게 된다.
그냥은 너무 뻑뻑해서 들어가질 않는다고.
설치를 다 마치고 수도 배관 부분에 새로이 단열재를 시공중이다.
아 뭔가 되게 스마트한 패시브 하우스의 태양열 같은 느낌이 드는건 기분탓인가 ㅎㅎㅎ
집열부 하나 교체했을 뿐인데 간지가 남다르다.
최종적으로 물을 주입해주는 모습.
수관형 집열방식은 진공관 안에 물을 직접 끓여 이용 방식이기 때문에 이렇게 최초 사용시 물탱크에 연결된 수도가 아닌 집열관에 직접 물을 주입해주게 된다.
금방 들어갈줄 알았는데 은근 많이 들어갔다.
단열재 시공후 절연테이프로 감아주고 실리콘으로 마감하는 모습이다.
실리콘을 치약 짜듯이 좌악 짜서 미장하듯이 발라주는 모습이 역시 한두번 해보신 솜씨가 아니셨다.
설치가 다 되었다. 일단 외관은 합격. 뭔가 최신식의 느낌이다 ㅎㅎㅎ
결과는... 뜨겁다. 일단 초여름인걸 감안해야 하지만 온수걱정은 사라졌다.
뭔가 보일러 하나도 안돌리고 그냥 뭐 아무것도 안하는데 뜨거운 물이 콸콸콸 나와서 뭔가 이상하기도 하다.(아무것도 안하긴 뭘 안해 돈을 갖다 발랐지^^)
심야전기 차단기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다만 여름에는 태양열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가열되기 때문에 심야전기는 겨울에만 작동하는게 좋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오히려 과하게 끓게 되면 히터 수명이 보다 짧아질 수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집은 아직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다. 짤없이 기름난방을 해야하는데 그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겨울에 도시가스로 20만원 정도 나오던거 기름보일러면 5~60만원 우습게 넘어갈 거다.
이거 설치하는데 들어간 비용도 한 2년?3년 정도 지나면 본전 뽑고도 남을 것이다.
태양열 교체하면서 인터넷 검색도 많이 하고 기사님에게도 직접 물어보고 했던 많은 정보들이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단독주택에서 살아간다는 건 때론 이렇게 심각하게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모든걸 하나하나 유지, 보수해야 하고 문제가 없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어찌보면 손이 참 많이 간다.
나와 하원양은 이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고. 나름 성공적으로 내딛었다고 자화자찬 했다 ㅎㅎㅎ
앞으로 집에 관해 손대야 할 것들이 정말 태산같다. 한동안은 이 집에만 매달려야 할 수도 있겠다.
아 그리고 태양열 관해서 궁금한거 있으면 다 물어보세요. 이번일을 계기로 꽤나 많은 정보가 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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