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6일 화요일

Hungry Robot Pedal Wash V2


한 며칠 고민하다가 그냥 질러버렸다.
좋은 Analog Delay/Echo 를 찾고자 여러 페달들을 비교해가며 시간을 보내던 중 발견했다.

그간 고민하던 페달은 EHX Memory Man (여차하면 빅박스까지), Catalinbread Echorec, Strymon의 Brigadier나 El Capistan 정도였다.
스트라이먼은 원체 정이 안가서 광탈. (뭔가 내게는 스트라이먼이라는 회사의 이미지가 그냥 그렇게 박혀버렸다)
Echorec은 물론 훌륭한 페달이지만 아무래도 디지털 기반 시뮬레이팅이란 사실이 조금 망설여지게 만들었고 Memory Man은 그냥 아날로그 딜레이의 느낌이 강했다.
리버브감이 있지만 좀 덜한 느낌?

Tape Echo 특유의 Saturation 소리와 따뜻한 공간감을 가진 사운드의 페달이 필요했다.
그러던 찰나에 이 페달을 발견하고 딱 2주 정도? 고민하고 바로 질렀다.
Binson Echorec과 상당히 흡사하다는 문구도 한 몫 했다.(팔랑귀...)

일단 페달을 사면 내부를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는지라 바로 열어봤다.
서킷만 봐서는 아날로그 딜레이+디지털 리버브 의 형태인 듯 하다.

사실 딜레이+리버브의 사운드는 어찌보면 새로울 건 없는 조합이다.
많이들 그렇게 써 왔고, 앞으로도 좋은 소리를 들려줄 조합이니깐.

이 페달을 선택하게된 가장 큰 이유는 여타 딜레이+리버브 2in1 페달에서 느낄수 없는 사운드적으로 아주 세밀한 튜닝이 이루어져 있다는걸 느꼈기 때문이다.
서킷 자체가 새로울 건 없다. 다만 얼마나 음악적인 소리를 들려줄 것이냐가 문제지.

Wash V2는 그 부분에 있어서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Analog Echo 와 Reverb의 절묘한 믹스가 아주 훌륭하다.

왼쪽부터 흰색 노브는 D.Mix, D.Repeat 가운데 검정 노브는 Time, Wash 빨간 노브는 Resonance, Ripple 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구입한 모델은 Tap Tempo가 달려있는 모델이다. 외부 페달도 지원한다.

바이패스 사운드(Dry)에 이펙트 사운드(Wet)을 믹스하는 형태이다.
따라서 D.Mix 노브를 최대로 놓아도 원래 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Repeat는 과하지 않은 느낌이다. 막 무한대로 리핏이 되는 그런 느낌은 아니다.
'그럼 Feedback Loop는 어떻게 하냐?' 라고 물을 수 있다.
밑에 언급할 노브들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3개의 노브가 이 페달의 핵심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특히 빨간 노브들 (Resonance, Ripple) 의 반응이 상당히 유니크하다.
'Ripple' 노브를 올리면 잘 아는 익숙한 질감의 Tape Saturation 이 걸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츄레이션을 'Resonance' 노브를 이용해 색채를 조절한다.

물론 다른 딜레이 류에서도 Feedback 을 최고로 올려놓으면 생기는 세츄레이션이 있지만 이 페달의 Ripple 노브를 올림으로써 나오는 세츄레이션은 저질스럽지 않고 음악적이다.
Binson Echorec을 실제로 연주해본 것이 아니라 단순 비교는 무리지만 이건 이것대로 왜곡되는 잔향의 질감이 상당히 훌륭하다.

여기에 가운데의 가장 큰 노브인 'Wash' 노브로 리버브감을 더해주는데 진짜 이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씻어내는 듯한' 사운드 메이킹을 들려준다.
단순히 딜레이에 리버브를 얹은 느낌이라기 보단 Ripple, Resonance, Wash 이 세 노브가 서로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느낌이다.
정돈된 느낌이 아닌 상당히 혼란스럽게 뒤섞이는 느낌이랄까?
저 세 노브를 최대로 올리면 진짜 말 그대로 Chaos가 연출된다.

바로 내가 원하던 그 Echo의 사운드였다.

인스타 업로드를 위해 간단히 찍어보았던 영상이다. 튜닝봐라

항상 페달을 고르는데 있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일단 사서 써보고 별로면 팔자 를 못한다... 한번에 그냥 사야한다. 게을러서) 성격인데,
요 근래 구입한 페달중에 아주 성공한 페달인 것 같다.

0 comments:

댓글 쓰기